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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떼제베

hm 2022. 6. 15. 22:28

정말이지 경기도 안성에서부터 청주까지 산골에는 골프장이 너무너무 많아서 그렇게나 자주 갔어도 아직도 못가본 곳이 허다하다. 전에 어느분이 했던 얘기가 암으로 진단된 후에 인생관이 바뀌면서 충북 진천 정도에다가 집을 얻어 살면서 매일매일 골프만 친다고 했다. 병에 걸리는 것은 좀 그렇지만 나도 은퇴하면 그렇게 살고싶을 정도다. 천안과 청주 사이 정도에 위치한 떼제베 cc는 (무슨 생각으로 이름을 이렇게 지었을까 싶은데 영어로도 TGV 컨트리클럽이다) 일본인 사토 겐타로 (佐藤 謙太郎)의 설계로 1999년에 개장한 곳으로 27홀 코스에 퍼블릭 10홀이 추가로 딸려있던 대단위 골프장이다. 이 일본인 설계자는 국내에 양평 TPC남안동 cc (예전의 떼제베이스트)도 만들었는데 그의 회사는 특이하게도 한국어 홈페이지를 갖춰놓고 있었다. 떼제베는 오랫동안 회원권 분쟁으로 시끄러웠었고, 몇년전에 갔었을 당시에는 현금으로만 받았었다. 지금은 여주신라, 파주 cc, 파가니카 등을 소유한 KMH 레저라는 회사가 주인인데 36홀 퍼블릭 코스로 운영되고 있다. KMH가 인수하면 코스의 관리상태가 좋아지는 대신 가격이 훌쩍 올라간다는 것이 세간의 평이다.

원래 코스의 이름이 모세/여호수아/갈렙 코스였다 (퍼블릭 코스의 이름은 솔로몬이었음). 그러고보니 예전 주인이 어디 교회였나 신학교였나 그랬다고 한다. KMH가 주인이 된 이후 한동안은 모세/여호수아 코스를 힐링 코스, 갈렙과 퍼블릭을 모아서 챌린지 코스로 불렀었는데 퍼블릭 코스가 포함되면 선호도가 떨어지기 때문인지 지금은 구분없이 서->남->동->북의 순서로 18홀씩 묶어서 부킹된다 (퍼블릭이었던 솔로몬 코스가 지금의 북코스). 어떤 코스로 부킹되더라도 이제는 가격이 동일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서코스나 남코스로 잡는 것이 선호되는데 북코스라도 리노베이션을 통해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흔한 산악지형에 일본인 설계자가 만들었으니 비교적 편안하고, 엄청나게 내장객을 많이 받는 골프장이지만 관리에도 열심이다. 막상 라운드를 시작하면 점점 산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식이어서 세상과 차단된 느낌이 아주 좋았다. 페어웨이는 계곡 사이로 구불구불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여기서도 샷의 정확도가 중요하지만 막상 공이 놓이는 위치는 그럭저럭 관대해서 거의 매번 그린을 직접 노려볼 수가 있다. 동코스의 시그너처 홀인 9번은 국내 혹은 일본인 설계자가 만드는 전형적인 풍광이라 아름답지만 동시에 친숙하고, 서코스에서도 마지막 9번에서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며 둘러싼 어마어마한 벙커에 감탄하게 된다. 남코스에서는 호수를 가운데에 두고 왼쪽으로 내리막인 4번과, 반대로 호수의 옆으로 올라가는 9번이 근사했다. 좀 느린 그린은 내장객의 숫자를 고려하면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다만 벙커가 지저분하고, 그린마다 볼마크, 신발자국 등이 어수선한 것은 흠. 우리나라 골프문화는 아무래도 스스로 보수하고 정리하는 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 뭐라고 그럴 것까지는 없다. 잔디나 벙커 보수할 틈도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진행이 되고, 골퍼들 입장에서도 비싼 돈을 치렀으니 골프장 측에서 따로 인력을 동원해서 관리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말하자면 경제학 이론인 공유지의 비극 (The Tragedy of the Commons) 같은 것인데 이 경우 골프장은 공유재이고 이용자들 개인에게는 보존이 곧 손해가 된다. 남들 아무도 안하는데 나만 깔끔떨어봤자 내 손해고, 골프장 측에서도 진행에 방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세상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으니 이런 골프문화도 조만간 바뀌지 않을까 기대한다.


여기까지가 한때 솔로몬으로도 불렸던 원래의 퍼블릭 9홀이며, 지금의 북코스

남코스의 풍경인데 예전의 갈렙 코스다

동코스 (모세 코스)

그리고 서코스의 모습 (예전의 여호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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