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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암의 F1 경기장 옆으로 자리잡은 대규모 골프장인 사우스링스는 솔라시도라는 이름으로 기획된 대규모 도시계획의 일부인데 어째 결과적으로 골프장들만 현실화된다는 느낌이지만 아무튼 개장한 이후부터 계속 가보고싶었다. 매립지에다가 만들어서 이름부터가 링크스인데 한쪽은 Kyle Phillips의 설계로 18홀을, 옆에다가는 Jim Engh 설계로 짐앵코스가 27홀이니 두 거장이 어떤 식으로 코스를 디자인했을까 궁금했다. Kyle Phillips는 우리나라에서는 남해의 사우스케이프 오너스를 설계했지만 그보다는 스코틀랜드의 Kingsbarns나 스페인의 Velderrama 등 탑코스의 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사람이다. 사우스링스는 가격이 일단 저렴하고, 노캐디에 (제한사항이 좀 있는 모양) 카트가 페어웨이로 들어간다는 등의 얘기를 들었으니 미국에 오랫동안 가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도 있을 것도 같았다. 여전히 추위가 느껴지는 2월에 싸게 나온 패키지를 빙자해서 우리는 영암까지 내려갔고, 첫날에는 카일 필립스가 설계한 18홀을 돌았다. 성수기에는 어떨라나 모르겠지만 카일 코스가 짐앵 코스에 비해 만원 정도가 비싸고, KLPGA 등의 대회도 보통 이쪽 코스에서 열린다고 한다.
국내에는 매립지 등에 비슷한 코스들이 있긴 하지만 제대로된 링크스는 매우 드문데 나는 그나마 외국에서 몇차례 경험이 있다. 처음에는 이거 대체 어디로 가야하는지 막막해도, 공이 갔을법한 지점에서 한참씩 공을 찾아야하긴 해도 막상 쳐보면 산악지형 골프장과는 다른 맛이 있다. 엉뚱하게 날아간 공이 벽이나 바운스에 의해 좋은 자리로 가는 행운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반대로 잘치면 잘간다. 보이지 않는 해저드나 갈대밭 등이 있어서 나름 타겟골프라고도 할텐데 익숙하지 않았던 디자인이라 (나를 포함해서) 많은 이들에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경치는 거기가 거기 같았어도 정말 재미있게 만들었구나 싶었던 홀을 꼽자면 짧지만 커다란 벙커때문에 드라이버보다는 아이언 티샷이 정답일 6번, 1번과 그린을 공유하는 8번, 티샷의 거리에 상관없이 우측 해저드 너머의 그린까지 비슷하게 남는 12번, 클럽하우스를 바라보는 롱홀 15번 등이다. 멋진 디자인인데 잔디가 누런 시절에 방문한 것이 아쉬워서 나중에 꼭 다시 와보고 싶다.
우리나라에서도 노캐디로 라운드하는 경우가 가끔 생기겠으나 여기처럼 모든 팀이 노캐디인 (캐디가 아예 없는) 골프장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 골프를 시작한 입장에서 보면, 물론 거기도 느려터지거나 밀리는 등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노캐디 시스템이 잘 굴러가는 것은 기본적으로 팀이 적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같이 언제나 풀부킹에 7분 간격으로 팀들이 출발하는 경우에는 자칫하면 운영이 엉망이 될 것이다. 사우스링스도 물론 이러한 점을 잘 알고있을텐데 마샬이 부지런히 코스를 돌아다니시지만 딱히 재촉하는 일은 없어보였고, 앞의 팀들도 흐름을 잘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