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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캐슬렉스 제주

hm 2021. 12. 7. 13:04

제주도 골프장의 역사는 실은 산업화와 이에 따른 도로건설과 관련이 있다. 섬의 가운데를 남북으로 가르는 소위 516 도로가 건설된 1960년대 초반에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제주 컨트리클럽이 만들어졌고, 거기가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네번째인가 만들어진 골프장이라고 한다. 이어 근방에 오라 cc 등이 허가되어 개장했지만 제주시에 가까운 쪽으로 몰려있었고, 본격적으로 제주도가 골프천국이 된 것은 공항에서 중문까지 이어지는 1135번 국도를 (예전에는 서부산업도로라고도 불렀다) 따라 우후죽순으로 골프장들이 만들어진 이후가 된다. 본격적으로 골프의 붐이 일어난 이후에 만들어진 코스들이라서 대개가 유명한 설계자를 불러다가 많은 돈을 들여서 만들었고, 호불호는 있을지언정 대충 만들어진 골프장은 없는 지역이다. 제주시내를 빠져나와 이 도로를 달리면 좌우로 엘리시안 제주에버리스를 시작으로 나인브릿지, 테디밸리 등을 거쳐서 중문단지로 이어지는데 여기서 내가 유일하게 가보지 못했던 곳이 캐슬렉스 제주였다. 이름에서 연상되듯 하남시의 캐슬렉스와 같이 사조산업이 주인인 회원제 골프장인데 처음에는 다른 회사의 소유였는지 파라다이스 골프클럽이 원래 명칭이었다. Perry O. Dye를 설계자로 초빙하여 27홀 코스를 만들었고,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LPGA 대회를 (1995년 삼성월드챔피언십) 개최한 곳이기도 하다. 특이하게도 제주도 골프장임에도 양잔디가 아니라 조선잔디를 깔았는데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닐 것이고, 중간에 교체했을 것인데 관리가 더 편할런지는 몰라도 늦가을부터 봄철까지는 누런 풍광을 봐야해서 좀 아쉽다.

아무튼 Dye 디자인에 제주도라는 이국적인 위치임에도 넓직하게 편안한 조선잔디 골프장에서 겨울철 라운드를 하게된 우리는 회원제인 동/남 코스를 돌았다 (따로 퍼블릭인 북코스 9홀이 있다). 부킹이 여전히 어려운 시기라서 어디든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용인권 골프장들에 비해서는 약간 싸지만 제주도라면 역대 최고가의 그린피를 지불했다. 위치상 바람이 심한 지역이지만 이 날은 좀 잔잔해서 즐겁게 쳤는데 대단한 인상은 받지 못해서 (방문한 시기가 겨울이라 그럴 수도 있음) 가능하다면 다음에, 잔디가 초록일 시절에 다시 와보고싶어지는 코스다. Dye 골프코스의 상징과도 같은 철도침목 벙커벽이 몇몇 홀에서 나오는데 좀 뜬금없다는 인상일 정도로 편안한 코스여서 원래의 설계가 이랬는지 오너의 취향으로 순화된 디자인인지는 모르겠다. 즐겁게 잘 놀았으나 뭐랄까 우리가 뭍에서만 놀다가 모처럼 제주도로 가서는 기대하게 되는 이국적인 맛이나 난이도는 좀 부족했다. 누런 잔디가 (제주도라는 입지를 고려하면) 아쉬웠고, 코스의 관리상태는 좋은 편이었다.

기억을 돌이켜보면 인상적이었던 홀들이 몇몇 있었고, 누구나 시그너처 파 3로 꼽을 동코스 8번의 아일랜드 그린도 근사했지만 내게는 넓은 페어웨이에 호쾌한 티샷이 가능한 롱홀들, 이를테면 동 9, 남 4, 남 9번 등이 그럭저럭 좋았다. 치고 나니까 별로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그래도 스코어가 평소와 비슷한 것은 그저 내가 못친 탓이다. 누런 잔디가 아쉬워서 언제 기회가 된다면 다시 와보고 싶었고, 좀 낡아보이긴 해도 골프텔도 있어서 내년에는 숙소를 여기로 정해도 괜찮겠으나 전반적인 느낌은 오래되고 낡은 골프장이다. Dye 디자인인데 너무 쉽지 않나 생각도 들었고, 그린에서의 한라산 브레이크를 빼면 제주도 기분이 나지 않았던 것은 좀 아쉬웠다.


얼마나 관리에 무관심한지 보여주는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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