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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전남 해남까지 내려가서는, 예전에 감탄했던 파인비치에서 이틀간 골프를 쳤다. 여기는 David Dale과 Gary Roger Baird가 설계한 27홀 골프장으로, 원래는 파인/비치 코스의 정규 18홀과 퍼블릭 9홀인 오시아노 코스로 만들어졌다고는 하는데 (듣기로는 주인이 다르다고 한다) 요즘은 오시아노 코스를 끼고 부킹해도 별로 깎아주지도 않으니 그냥 27홀 골프장이라고 보면 된다. 시그너처 홀인 비치 6번을 다들 원하기 때문에 오시아노/파인의 순서로 플레이하면 좀 아쉬울 수도 있어도 우리같이 이틀을 운동한다면 오시아노 코스도 돌아보면 좋다. 이미 파인비치의 감상을 적은 글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쪽 코스도 그냥 무시하기에는 나쁘지 않았어서 따로 적어보려고 했다.

우리는 둘째 날에 비치/오시아노의 순서로 플레이했고, 이름은 오시아노 (Oceano)였지만 바닷가보다는 산악코스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물론 파인/비치 코스에서도 모든 홀에서 바다를 느끼지는 못한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지만 페어웨이가 상당히 넓고 평평해서 편안하다. 모든 홀들에서 (아주 초보만 아니라면) 파를 노려볼만한 디자인이었고, 해남 바닷가라기보다는 경기도 어디쯤의 산악코스 느낌이지만 모름지기 리조트 코스라면 이래야한다고 생각한다. 겨울에서 막 벗어나는 시기임에도 관리상태가 좋았는데 특히 기억나는 홀들은 후반의 7번부터 9번이었다. 아마도 가장 어려운 홀들로 코스를 마무리하는 식인데 파인/비치 코스를 미리 돌았던 입장에서는 비슷한 난이도라고 보지만 비교적 짧은 홀들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힘겨워지는 느낌이었다. 꽃샘추위에 바닷바람으로 고생했어도 언제 좋은 시절에 꼭 다시 와보고 싶은데 지방치고는 많이 비싼 그린피라 기왕에 한번의 라운드라면 역시 파인/비치의 순서로 도는 것이 옳겠다.

나는 골프치면서 내기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어차피 큰 돈을 거는 것은 아니지만 실력차가 좀 나는 경우에는 누군가가 마음상해하기도 하고, 나와 동반자들의 스코어에만 집중하다보면 코스의 아름다움을 즐기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끔 내가 먼저 천원짜리라도 합시다 그러는 일도 있는데 스코어를 잘 세지 못하거나 은근슬쩍 공을 옮기는 행위에 익숙한 분들과 라운드하자면 일일히 지적하기도 그렇고 하니까 차라리 내기를 한다. 그렇다고 내가 진짜로 PGA 룰대로 치는 사람은 아닌 것이, 미국에서 골프를 시작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쳐야한다고 일고있었다가 언제부턴가 무심코 공을 건드리기도 하고, 공이 나가버리면 자연스럽게 하나 더 꺼내서 치면서 벌타로 카운트하지 않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이거, 나무에 걸리니까 조금만 내려놓고 치세요 식의 배려가 실은 배려가 아니라 무시하는 것일텐데 모 유튜브 채널에서 시작하기 전에는 저는 있는 그대로 치는 사람입니다, 오케이 받는 것도 싫어해요 했다가 막상 라운드에 들어가서는 전혀 다르게 행동하는 이들을 보면서 나 스스로를 반성했다. 아무튼 우리나라 골프문화에서는 서로 기분상하지 않을 수준의 내기는 필요할 수도 있겠다. 대신에 실력차에 따른 핸디는 계산하는 것보다 훨씬 후하게 주고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개는 핸디를 주더라도 잘치는 사람이 돈을 따는 것이 내기골프인데 잘치고 본전이거나 약간 잃는 정도가 서로 즐거우면서 발전하는 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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