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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한국에서만 골프치기가 어려워졌나 했더니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평일에는 (어떻게 망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한산하던 동네 퍼블릭 골프장들도 티타임 잡기가 힘들어졌고, 나처럼 혼자서 가자면 부킹없이 무작정 워크인으로 혼자서든 아니면 다른 팀에 조인해서라도 칠 수가 있었는데 그것도 어려워졌다. 몇몇 주변의 골프장에서 풀부킹입니다라던가 outing이 예약되어있다고 뺀치를 맞다가 아예 멀리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여기까지 왔다. 보스턴에서 거의 50마일을 달려야 도착하는 Bellingham이라는 곳까지 왔는데 도무지 골프장이 있을만한 지역은 아니지만 몇년전까지 보스턴에 살던 시절에는 싼맛에 몇번 왔었던 골프장이다. Maplegate 컨트리클럽은 Phil Wogan과 Leonord French의 설계로 1988년에 문을 연 18홀 퍼블릭인데 개장 초반에는 US 오픈 예선을 치르기도 했다지만 내 경험으로는 잔디의 상태가 나빠서 좋은 기억이 아니었다.

아무튼 차댈 곳을 찾기 힘들 정도인 주차장에서 나와 프로샵으로 들어서니 후반 9홀만 치게해주겠다며 걷는 요금으로 45불을 받는다. 오래전이지만 30불 아래로 카트타고 18홀을 돌았던 기억이 있는지라 황당한 금액이었어도 그나마 쫓아내지 않는 것이 어디냐 싶어 돈을 치렀다. 기억에도 전반은 평범하게 진행되지만 후반은 좀 어려우면서 경치도 좋았었기에 10번 홀부터 시작했고, 좀 초보자로 보이는 30대 백인남자와 조인이다. 후반의 코스가 언덕을 넘나드는 산악지형이면서 그린이 보이지 않는 도그렉도 많아서 냐름 재미있었다. 보니까 이제는 관리에 힘을 쓰는지 페어웨이나 그린에 잔디가 빡빡했고, 관리하는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무엇보다도 이날은 티샷이나 어프로치나 불만없게 잘 맞아줘서 이렇게만 치면 골프가 쉽겠구나 싶을 정도였다. 물론 핸디귀신이 정말 존재하는지 그린 근처까지 잘 보낸 공을 어이없게 타핑낸다든지 지금껏 자신있었던 퍼팅에 난조를 보인 라운드였는데 아무래도 나같은 아마추어는 스코어보다도 쭉쭉 떠서 똑바르게 날아가는 샷에 더 감동하는 법이다. 코로나 때문에 골프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동반자는 중간중간 내게 어떻게 그렇게 consistent한 볼스트라이킹이 가능하냐며 감탄했는데 나로서는 최고의 칭찬이었다. 즐겁게 한나절을 잘 보내긴 했는데 아무튼 코로나 이후의 골프열기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모두 미쳤다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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