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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스턴에 살던 시절에도 이 골프장, Norwood 컨트리클럽이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워낙 평이 나쁜 곳이어서 와본 적이 없었다. 가본 사람들의 말로는 맨땅같은 페어웨이에 배수가 나빠서 끔찍하다고들 했다. 이 골프장은 Frank Simoni라는 (이 이름은 Brookmeadow 컨트리클럽의 소개에도 나오는데 아마 거기도 Sam Mitchell 설계일 것이다) 동네 땅부자가 Sam Mitchell을 설계자로 고용해서 만들었다는데 5,630야드의 파 71 코스다. 이날은 원래 골프가 계획에 없었는데 오후에 서너시간이 비는 바람에 근처에 사람이 적을법한 골프장을 찾아서 온 것이었다. 막상 와보니 평일 오후가 무색하게 붐볐는데 (드라이빙 레인지에는 심지어 기다리는 사람들도 보였음) 그래도 밀리지 않고 두시간 반만에 18홀을 돌았다. 전반에는 혼자서 쳤고, 후반은 백인 청년들 셋과 조인했는데 걷는 그린피로 25불을 지불했다. 이렇게 싸구려 미국 퍼블릭에 오면 (점잖고 잘치는 분들도 많지만) 시종일관 야한 농담과 욕설이 끊어지지 않는, 그러면서 골프는 뒷전이고 술먹으러 나온듯한 막장 백인들과 종종 조인하는데 그냥 저런 사람들도 있구나 하면 그것도 나름 재미있다. 한가지 재미있게 관찰한 것은, 저런 사람들도 골프를 치는구나 싶은 그들도 어떻게든 공이 떨어진 자리에서 그대로 치고, 그린에서도 ok 그딴 거 없이 끝까지 마무리하고 스코어를 (I am ten 뭐 이런 식으로) 제대로 센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배워서 그렇겠지만 해저드티, 오비티가 당연하고, 스코어는 양파까지만 세는 거라고 알고있는 우리들과는 다른 면이었다.
생각했던 그대로 평지에 앞으로 갔다가 옆으로 돌아오는 식인데 빽티에서 쳐도 파 4 홀들이 300야드 남짓해서 길지 않은 코스다. 물론 빤히 저앞에 그린이 보이는데도 두번만에 올라가기 힘든 것은 전적으로 내 탓이다. 군데군데 누렇게 색이 변한 벤트그래스 페어웨이에는 보기보다 잔디가 빽빽해서 샷을 연습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동그랗고 평평하지만 작은 그린은 부드러우면서도 놀랄만큼 빨랐다. 화창하고 건조한 날씨에 방문해서 그나마 좋은 컨디션일런지도 모른다. 후반에는 나름 고민해야하는 도그렉 홀도 나오고, 400야드의 미들홀도 나오지만 여전히 쉽다. 그래도 대단한 경치나 난해한 디자인은 없었어도 2만 몇천원을 들여서 즐거운 한나절을 보냈다. 5월 초순인데도 전형적인 뉴잉글랜드의 봄이라 햇살은 따갑지만 그늘에서는 서늘한 날씨. 골프장이 싸구려라도, 샷이 잘 맞지 않아도 나는 이렇게 아무런 생각없이 공을 치며 걷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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