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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직전인 2020년 2월이 마지막이었으니까 거의 3년만에 미국 캘리포니아를 간다. 예전의 나는 미국에 가면 무조건 싸게 많이 치자는 주의였는데 판데믹을 겪으면서 생각이 좀 바뀌어서 돈 몇푼 아끼지 말자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몇십만원짜리를 몇일간 연이어서 치기는 부담스러워서 고민이 많았고, 이번에는 매년 Farmers Insurance 오픈이 열리고, 수차례 US 오픈을 개최했던 토리 파인스에서의 라운드다. 메이저 대회를 개최하면서 유명해진 Bethpage Black 등과 마찬가지로 Torrey Pines도 오래된 시립 골프장이고, 1957년에 William F. Bell의 설계로 36홀이 만들어진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David Rainville, Jack Daray 2세 등이 리노베이션을 했고, 2008년 (타이거 우즈 우승)과 2021년 (존람 우승) US 오픈을 위해 남코스를 Rees Jones가 두차례 코스를 다듬었다. 북코스에서는 메이저 대회가 열린 적이 없으나 Farmers Insurance 오픈의 첫 이틀은 선수들도 남코스, 북코스를 번갈아가며 치며, 2016년에 Tom Weiskopf가 리노베이션을 했는데 전반과 후반의 홀들을 뒤바꾸는 등 대대적으로 코스를 손봤다고 한다. 샌디에고 시립 골프장이기 때문에 주민의 경우 주중 그린피가 남코스 65불, 북코스 45불인데 외지인에게는 각각 212불과 134불을 받는다. 기꺼이 지불할만한 액수라고 생각은 되지만 주민과 방문객의 차이가 좀 많이 나긴 한다 (주말의 경우 남코스 265불, 북코스 168불로 뛰어오른다). 원래부터 PGA 투어의 대회가 열리는 곳이긴 했어도 이렇게까지 비싸지는 않았다고 하는데 2008년 US 오픈 개최장소로 선정되면서 훌쩍 비싸졌다고 한다. 그래도 여전히 샌디에고 주민에게는 축복에 가까운 가격을 (카트를 타는 경우 42불이 추가됨) 받는다. 부킹도 어려운 편인데 나처럼 혼자 찾아가는 경우 빈 자리에 끼워넣어지기도 했다지만 코로나 이후의 골프열풍으로 더 힘들어졌다. 그래도 새벽같이 가서 줄을 서야만 했던 시절은 지나가서 이제는 남들보다 몇일 먼저 부킹할 수 있는 권리인 advance 티타임을 살 수 있게 되었고 (자본주의~ ㅋㅋ), 그 댓가로 45불을 추가로 지불해야 했다.
막상 새벽에 가서 보니까 여전히 프로샵 앞으로 길게 선 줄을 보았는데 그 사연은, 토리파인스의 공식 티타임이 7시 이후에 시작하기 때문에 일출에서부터 첫 팀까지는 이렇게 워크인으로 내장한 순서대로 나갈 수가 있다고 한다. 그래봐야 한시간 남짓이라 뒷쪽에 서면 못치기 때문에 해뜨기 전부터 와서는 골프백을 줄에 세워놓고 차에서 자다가 나오는 식이다. 아무튼 나는 사전에 오전 7시에 북코스를, 오후 2시에 남코스로 부킹했는데 어차피 혼자이기 때문에 초면인 이들과 조인하게 되었다. 근처에 산다는 세명의 골퍼들과 치는데 다들 (놀랍게도) 북코스는 처음이라고 한다. 그리고 내 입장에서도, 북코스도 Farmers Insurance 오픈에 이용되기는 하지만 tv에서 별로 본 기억이 나지 않아서 어떤 코스일까 궁금했다. (몇달이나 남은) 대회 준비로 이쪽도 카트가 페어웨이로 들어가지 못했다.
전반은 좀 심심한 파크랜드 스타일이었다. 잔디가 익숙하지 않아서 보기에는 그리 깊어보이지 않는 러프에도 공이 들어가면 찾거나 탈출이 어려워서 고생했다. 긴장하고 치는 1번 홀의 티샷은 페어웨이 중앙으로 잘 갔으나 세컨샷이 그린 좌측의 러프로 갔는데 분명히 들어간 위치를 보았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공을 찾지 못해서 시작부터 멘붕이었다. 작고 빠르면서 굴곡이 있는 그린도 적응이 힘들었다. 생각보다는 빠르게 진행되었고, 앞뒤의 팀을 거의 만나지 못했는데 프로샵에서 보니 워크인으로 왔다가 허탕치고 돌아가는 이들이 많았으니 우리나라 식으로 운영한다면 하루에 열팀은 더 받을 것 같았다. 아무튼 전반에서는 특별히 기억나는 홀이 없었으니 (전후반 나인을 바꾼) 리노베이션 전에는 후반이 심심했을 것이니 북코스에 대한 평이 좋았을 리가 없다.
역시 기억에 남는 홀들은 10번부터 시작하는데 특히 태평양 바다를 향해 어프로치하는 14번부터 이어지는 (최고 경치의) 내리막 파 3인 15번, 그리고 좌측에 바다를 끼고 다시 올라가는 16번까지가 토리파인스 북코스의 백미였다. 머리 위로는 끊임없이 전투기들이 날아다니고, 나는 오전에 쳤지만 오후 티타임이라면 태평양의 일몰을 바라보며 치는 골프가 될 것이다. 그리고 Tom Weiskopf의 리노베이션 플랜에는 시그너처인 14번에서 16번까지의 홀들에서 경치를 방해하던 나무들을 베어내는 과정이 포함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린에 벤트그라스를 깔아서 (남코스 그린은 여전히 포아누아 잔디) 모양이나 퍼팅하는 느낌도 좋아졌다. 여담으로, 두 코스의 그린에 깔린 잔디가 다르기 때문에 클럽하우스 앞의 연습그린도 두개가 서로 다른 품종으로 만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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