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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개장 백주년을 기념하는 라운드. 여기는 정말로 숨겨진 보석같은 골프장인데 미국에 살던 시절에는 주로 추운 겨울에 갔었다. Hingham이라는 지역은 눈이 적게 내리는지 온동네 골프장들이 폐장하는 겨울철에도 여기는 문을 열었어서 자주 갔었는데 날이 좋아지면 가격이 좀 올라가기도 했고, 여기가 보스턴에서 남쪽으로 거의 한시간을 내려가야했기 때문에 초록색 잔디를 밟았던 기억은 별로 없다. Wayne Stiles와 John Van Kleek의 설계로 1922년에 개장했다는데 같은 설계자들이 만든 Putterham 골프장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실은 코스의 아름다움이나 재미는 훨씬 뛰어나다. 회원제로 개장했지만 지금은 시립 퍼블릭인데 여전히 고급스런 클럽하우스와 수영장, 테니스장까지 남아있으니 적어도 내가 아는 한에서는 공립 (municipal) 골프장으로는 최고의 수준이다.
귀국하는 날이라 원래는 여기까지 갈 생각이 없었는데 들르는 골프장마다 풀부킹이라고, 안된다거나 좀 기다려봐라 말을 하길래 결국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South Shore 컨트리클럽까지 내려간 것이다. 카트를 탈 생각으로 70불을 지불했으나 금방 생각이 바뀌면서 이 골프장은 걸으면서 제대로 다시 느껴보고 싶었기에 과감히 백을 짊어지고 1번 티박스에 섰다. 대부분의 홀에서 티박스에서는 홀의 모습이 다 눈에 들어오게 내리막이지만 페어웨이부터는 까마득히 솟아있는 그린으로 어프로치하는 식이어서 걷기에 편안한 골프장은 아니었고, 오르막 그린까지의 거리를 가늠하기도 어려웠다. 잔디상태는 완벽했어도 앙상한 나무들이 좀 아쉬워서 미국 북동부에서는 5월 중순이 지나야 완벽한 상태에서 골프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인한 미국인들이 코스에 대해 계속 설명해줘서 즐겁게 치면서 스코어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오르막 경사가 보기보다 심해서 다음에 다시 온다면 카트를 타야겠다).
아름답고 모든 홀이 다 특색있었으나 확실히 상벌이 뚜렷한 코스라서 어느정도 수준의 골프를 치지 못하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블라인드 홀도 있고, 그린이 보이지 않으니까 내가 친 공이 잘 갔는지 막막한 상태에서 가파른 오르막을 걸으면 많이 힘들다. 그린도 요즘 코스들과 달리 비교적 자그마하면서 경사와 굴곡이 있어서 쉬운 편이 아니었다. 소위 말하는 포대그린의 공략시에는 절대 짧으면 안되는데, 경사 때문에 잘 올라간 공이 다시 굴러내려올 걱정도 있지만 그린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알면서도 매번 짧게 친다). 내 입장에서 가장 즐거웠던 홀들이 전반과 후반의 마지막 홀들이었는데 둘다 세컨샷 지점까지 가야만 그린이 보이는 파 5 홀들이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무난하게 쓰리온이 가능하지만 자칫하다가는 공을 잃어버리고 낭패를 겪을 것이다. 9번의 티박스에서는 높고 경사진 언덕만 보이며, 왼쪽으로는 기차길이 지나가므로 페어웨이의 우측으로 겨낭하게 되지만 그쪽 언덕을 넘으면 러프에서 세컨샷을 하게 된다. 그린의 앞쪽으로 개울이 흐르고, 솥뚜껑처럼 솟은 그린이라 적당히 잘라가서 웨지로 어프로치하는 것이 정답인데 나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투온을 노려보았고, 핀쪽으로 잘 날아갔으나 살짝 짧았던 세컨샷이 그린의 경사를 타고 내려와서 결국 물에 빠져버렸다. 후반에서도 어려운 홀들의 연속이었다. 특히 18번이 라운드를 마무리하는 최고의 홀이라고 보는데, 페어웨이에서 그린을 바라보면 뒷편의 그럴싸한 클럽하우스를 배경으로 어프로치하면서 무의식중에 힘이 들어가기 쉽다. 예전에도 이 홀에서 쓰리온하고 그린으로 올라서면 가슴이 뿌듯함으로 두근거렸었는데 같은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짧지만 알찼던 이번 보스턴 방문의 마무리로 손색이 없었다. 내가 이 골프장을 추천하는 이유가 결국 좋은 골프장을 고르는 (내 개인적인) 기준일 것인데 너부 비싸지 않고, 관리상태가 좋으며, 재미있게 설계된 코스에 붐비지 않아야 한다. 추가로, 너무 멀지 않으면 금상첨화니까 보스턴 외곽에 산다면 South Shore 컨트리클럽이 최선의 선택들 중에 하나일 것이다. 물론 더 싸거나 더 가까운 골프장들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굳이 여기까지 와본 사람들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숨겨진" 보석이겠지만 내가 이쪽에 살던 당시에도 이웃 한인들과 라운드 약속을 잡을라치면 아니, 왜 굳이 그렇게 멀리까지 가요? 그러면서 거절하던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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