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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힐스라는 이름의 골프장이 미국 전역에 너댓개 이상이 될 것인데 이번에 방문한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의 Indian Hills는 Harold Heers와 Jimmie Powell 의 설계로 1965년에 개장한 파 70 퍼블릭이다. 좀 생소한 설계자들이 50년도 전에 만든 코스라서 뭔가 남다른 스타일일까 기대도 하지만 아마도 동네 할아버지들이 찾는 퍼블릭일 것이고, 그저 가격이 저렴한데다 이쪽 (소위 Inland Empire라고 불리는) 지역에서 아직 가보지 않은 골프장이라는 이유로 골랐다. 이렇게 적고보니 몇년전에 이쪽 동네에 왔던 당시에는 핫딜 티타임이 십몇불이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는 평일 오전에 40불 이상을 지불했다. 한국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미국에는 이런 부침을 겪은 골프장들이 많다. 오래전에 근사하게 시작하여 로컬들에게 사랑받는 컨트리클럽이었다가 경제침체와 가뭄을 겪으며 쇠락하면서 근근히 버텨왔고, 그나마 코로나 이후의 골프붐으로 다시 살아나는 골프장들 중에 하나다.

 

페어웨이와 그린이 버뮤다 잔디라서 일단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초록색은 아니었다. 평일 오전이라서 앞이나 뒤의 팀들도 동네 할아버지들이다. 골프장이 위치한 지역이 Jurupa 밸리라는 곳인데 홀들이 주택가를 (아마도 골프장이 원래부터 있던 지역에 집들을 지었을 것이다) 이리저리 지나가게 만들어져 있어서 좀 위험해보였고, 오비를 걱정해야하는 타겟골프였다. 우리가 친 블루티에서 6천야드가 조금 넘고, 파 5 홀들은 전후반 합쳐서 달랑 두개인 디자인. 그러나 대부분의 홀들이 길게 느껴졌고, 특히 숏홀인 3번과 5번은 200 야드가 넘으면서 그린이 높게 솟아있었다. 9번 홀은 450 야드의 (400 미터가 넘는) 파 4 홀이었는데 어차피 쓰리온이다 생각하고 세컨샷을 60 야드 지점까지 레이업했으나 거기서 깃대로 붙이지 못하였으니 차라리 냅다 투온을 노리고 질렀어도 결과는 같지 않았겠나 생각도 들었다. Indian Hills의 시그너처 홀이라면 (자타공인) 16번일 것인데, 높은 티박스에서 내려다보는 페어웨이와 그린 뒷편의 경치가 근사했다. 페어웨이가 넓어보여도 이런 식의 내리막에서는 양옆의 숲으로 티샷이 가버릴 가능성이 많고, 작은 연못이 그린의 우측 반 정도를 가로막고 있어서 쉽지도 않은 홀이었다.

 

재미있고 관리상태도 나쁘지 않았던 골프장인데 (카트 포함) 45불 가격도 나름 괜찮았지만 몇년전에는 반값도 안되었던 기억이 있어서 비싸게 쳤다는 생각을 내내 했다. 어쩌다 한번이라면 백불이 넘어가도 한국보다는 혜자네, 하겠으나 이번처럼 몇일을 하루에 36홀 이상씩 치게되면 가성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튼 4시간 정도의 라운드를 즐겁게 마치고 나서 바로 인근에 있는 Jurupa Hills를 가보려고 온라인 부킹을 했는데 실수로 (나이가 먹어서인지 미국에 오랜만에 와서인지) 당일이 아니라 다음 날로 눌러버렸다. 그래서 오후에는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Eagle Glen으로 간다. 이번에는 점심시간을 아껴보겠다며 한국에서부터 전투식량 비빔밥을 몇가지 사왔기 때문에 주차장에서 처량하게 밥을 먹었다. 그래도 역시 미국이라 눈치가 보이지도 않았고, 지나가는 이들도 전혀 눈길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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