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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내리고 추운 인천공항을 떠나 새벽에야 방콕 인근의 골프텔로 들어온 우리는 잠깐의 수면 이후에 The Pine 골프장에서 36홀을 쳤고, 저녁식사와 마사지를 받고는 세상 모르게 잤다. 한결 개운해진 기분으로 둘째 날에는 인근의 프라임 골프장이다. 더파인에 비해 더 북쪽으로 올라왔기 때문에 여기는 방콕이 아닌 것이 확실했지만 (나콘나욕인가 뭐 그런 지명이었다) 시내에서 한시간 정도 걸리므로 아무튼 방콕 부근으로 치기로 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프라임 씨티라는 이름이었다고 하는데 여기도 한국인 사장님에 (골프장의 주인은 인근에 Artitaya 컨트리클럽도 소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정확하지는 않음) 온통 한국사람들로 가득했다. 설계자를 구글링했더니 Anuwat Wattanapongsiri, Chavalit Chudabuddhi, Tas Patanapanich 이렇게 세사람이 나오는데 다 처음 듣는 이름이다.

이 골프장도 The Pine과 비슷하게 평탄하면서 길지 않은데 커다란 호수가 둘러싸고 있으나 초보자들에게도 쉬울 코스겠다. 호수에다가 지대가 낮아서 우기에는 배수의 문제가 있다고 하며, 지금같은 겨울철 건기에는 오히려 물이 풍부해서 잔디의 상태나 경치도 좋은 편이다. 짧지만 도그렉이 많고, 그린이 작아서 보기보다는 쉽지 않았다. 나는 비거리를 멀리 치는 골퍼가 아니라서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티샷에서 드라이버를 치지 못하는 상황을 겪으면 싫어할 분들도 (그런데 그분들은 뒷편의 티로 가시면 되는데 왜 굳이 화이트티를 고집하시는지) 있다는 것을 안다. 주말임에도 사람도 많지 않아서 골프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사람은 연습하기 좋다고 생각할 것이다. 드라이빙 레인지가 있어서 장박으로 오는 사람들도 많아보였다.

짧은 일정에 아주 훌륭한 골프장들은 아니었지만 두 골프장에서 나는 아주 즐거웠다. 일단 추운 겨울철을 피해서 태국으로 온 것에는 100% 만족스러웠다. 다만 비용이 저렴했냐고 하면 (항공권을 빼고라도) 아주 싼 것은 아니었는데 물론 방콕에서 더 떨어진 지역으로 갔다면 약간은 절약이 가능했겠지만 아무튼 싸다고 오는 태국 골프는 아니라고 본다. 상당수의 골프장에서 카트비, 캐디피를 따로 계산하고 있고, 거기에다가 캐디에게 400 바트 정도의 팁까지 주자면 그것만으로도 거의 5만원 이상이다. 한국인 에이전시를 끼고 예약했으니까 조금 더 준다고 생각하고 말았지만 교통비나 식비를 빼고 5만원 정도로 골프에 들어가는 비용을 다 충당할 수 있는 나라도 많다. 그럼에도 태국은 수많은 항공편과 널려있는 골프장들, 한국이 강추위로 움츠리고 있을 시기에도 무더운 날씨, 그리고 확실하게 일탈한 듯한 분위기가 좋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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