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G Danang (Nicklaus), Da Nang, Vietnam

코로나 이전에는 경기도 다낭시라 부를 정도로 한국인들에게 인기였던 베트남의 다낭 (Đà Nẵng)을 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가본다. 다낭이 유명한 관광지가 된 이유로 아름다운 해변이나 싸면서 맛있는 음식 등등이 있겠으나 내 관심사는 그쪽이 아니라서 굳이 가볼 생각이 없었기도 하고, 이번에도 오직 골프만 치러간다. 그런데 오래전에 하노이 인근에서 골프쳤던 기억으로 베트남의 골프는 여전히 일부만의 운동으로 여겨지며, 가격도 태국이나 필리핀 등지에 비하면 많이 비쌌다 (대신에 고급스럽고 관리상태도 좋다고 느꼈다). 아무튼 이번에 마침 다낭에 갈 일이 생긴 김에 두세번 정도의 라운드가 가능할 것 같아서 멤버를 모았고, 목요일 밤비행기로 떠난다. 다낭이라는 동네를 관광 이외의 다른 이유로 방문할 일이 있겠냐마는 한국인 100%로 비행기를 가득 채운 여행객들은 어린이를 동반한 젊은 부부 아니면 골프복장이었다. 겨울철 성수기에는 매일 십수대의 한국발 비행기가 다낭을 향했을텐데 (실제로 방콕보다 다낭행 비행편수가 더 많다) 몇군데 안되는 골프장으로 수많은 골퍼들을 수용한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실은 몇달전에 모 리조트의 패키지로 예약을 해놓았었는데 출발일이 다가오면서 일정중에 하루를 골프장 부킹을 못했다고 연락이 오는 바람에 급히 취소하고 여기저기 알아본 끝에 이번 일정이 성사되었다 (3월말이라 성수기가 끝났겠지 안일하게 생각한 잘못). 호텔에서 대충 쪽잠을 자고는 다음날 우리가 향한 목적지가 (몇 안되지만 다들 평이 괜찮은) 다낭 지역 골프장들 중에서도 괜찮다고들 하는 BRG 다낭 골프리조트였다. 각종 매체에서 매기는 (나름 열심히 기준을 정해서 만들겠지만 공감이 가기도 하고 안가기도 하는) 세계 100대 코스니 하는 순위에서 보면 여기를 포함하여 다낭 부근의 골프장들은 한번씩은 이름을 올리곤 했는데 럭셔리 골프장만 존재하는 베트남답게 각 골프장들의 설계자들도 쟁쟁하다. 하지만 여기를 먼저 선택한 이유는 두개의 18홀 코스가 있는데다가 각 코스의 설계를 Greg Norman과 Jack Nicklaus가 담당했기 때문에 양쪽을 모두 돌아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투어가 열리는 골프장이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시안투어 경기가 매년 여름에 여기 BRG 다낭에서 개최되고 있다.

그동안 전세계 골프장을 많이도 다녀봤지만 도착한 다음날 첫번째 티샷은 늘 흥분된다. 우두둑 소리나는 허리를 애써 돌려가며 치니까 공이 잘 잘아갈 리는 없는데 바로 어제, 오랜만에 찾은 연습장에서 받은 레슨으로 골반의 회전과 체중이동을 비로소 이해하고 왔더니 그럭저럭 남들만큼은 치게 되었다. 돌이켜보니 십몇년전에 골프에 입문하여 레슨받으며 벨트 버클을 목표 쪽으로 돌리면서 팔은 아래로 내리시면 돼요 참 쉽죠? 그랬던 기억이 나는데 당시에 그게 되었을 리가 없었지만 이제서야 깨닫게 된다. 그리고 더운 날씨라도 공이 그러저럭 맞아줄 뿐만 아니라 전장이 많이 길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코스라서 아주 즐겁게 쳤다. 기억에 남을 홀들도 많았는데 바닷가라고는 해도 니클라우스 코스에서 바다는 보이지 않았고, 송도의 잭니클라우스 분위기로 경치가 굉장하다. 물이 많은 코스였고, 해저드 벽에다가 철도침목으로 지탱하는 것은 Pete Dye 스타일이기도 했다. 해저드를 넘어가서 좁은 폭의 그린으로 어프로치하는 홀들이 어려우면서도 재미있었는데 티샷 비거리가 길지 않은 나같은 골퍼들도 웨지나 숏아이언으로 그린을 노릴 수 있었던 것은 리조트 코스라서 너무 어렵지 않게 배려하는 것일 터. 확실히 베트남의 골프장은 싸지 않아도 값어치를 한다고 느낀 하루였다. 그리고, 골프장에서나 저녁먹으러 간 다낭 시내에서나 한국인들 천지였는데 심지어는 대개 한국 돈을 받아주어서 굳이 환전할 필요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