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어쩌다보니 플로리다 올란도를 방문할 때마다 가보곤 했던 골프장이 여기인데 다른 이유가 있던 것이 아니라 World Center Marriott 호텔에 딸려있기 때문이었다. 종종 이 호텔에서 열리는 학회나 회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로비를 나오면 바로 앞에 골프장이 펼쳐져있어서 그 유혹을 떨쳐내기가 힘들었다. 골프를 목적으로 방문하던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렌탈클럽을 썼고, 모자랑 장갑도 프로샵에서 구입해서 쳤던 것이 벌써 서너번일 것이다. 한번은 구입한 골프공 한 박스가 14번 홀 정도에서 다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중단했던 기억도 있다. 쌌는지 비쌌는지 기억도 가물거리는데 아무튼 나름 추억이 깃든 곳이라 이번에 다시 가보려고 했더니 의외로 비싼 가격이었다. 리조트 손님들이 주된 고객이라서인지 아니면 그만큼 좋은 골프장인데 내가 실력이 미천하여 진가를 몰랐던 것인지 궁금증을 떨치지 못하고 결국 다시 부킹했는데 Joe Lee 설계에 1999년에 Robert Cupp이 리노베이션한 파 70 코스에 백몇십불을 지불하는 것에는 내내 찜찜했다.

백드랍 자리에 차를 세우는 순간부터 프로샵에서 계산을 하고, 카트를 몰아 1번 홀로 가기까지는 모든 것이 순탄해서 과연 최고급 리조트 코스다왔다 (다만 커다란 호텔에 딸려있기 때문에 주차하려면 차단기 앞에서 버튼을 누르고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오랜만의 방문이라 예전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처음 한두 홀을 플레이하면서도 이거 너무 쉬운 것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몇개의 홀을 지나고 깨달은 것이, 길지도 않은 이 코스는 여전히 어려웠다. 물이 많아서 공을 몇개 잃어버렸고, 어프로치가 그린으로 올라가기도 힘들었다. 실수라기보다는 코스의 디자인 탓에 망하는 일이 몇차례 반복되니까 자신감이 떨어지고, 쉬운 공도 안맞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이 딱 그랬다. 우리가 묵는 숙소 (Marriott's Royal Palm)를 돌아돌아 코스가 조성되었고, 다시 World Center Marriott 앞으로 돌아오는 구성인데 원래는 즐럽게 플레이하는 리조트 골프장이었을 것으로 생각되나 아무튼 지금은 무지 어렵다.

돌이켜보면 좀 잘쳤을 것 같은 홀들이 (아쉽게) 떠오르는데 우선 비교적 짧은 롱홀 (이렇게 적으니 이상하게 보임 ㅋ) 5번은 좌측의 호수와 우측의 벙커들을 피하면 투온이 가능했다. 5번 홀의 페어웨이에서 매리어트 호텔이 가장 가깝고 크게 보인다. 7번 홀에서 어프로치할 때는 벙커만 넘기면 그린이려니 했으나 막상 치고 보니 벙커와 그린 사이에 30 미터 정도의 갭이 있어서 이 또한 아쉬웠다. 10번도 파 5 홀이지만 길이가 길지 않았는데 이 골프장에서는 비거리가 문제는 아니었고, 나름.잘쳤다고 생각하고 가보면 어려운 상황인 경우가 많았다. 11번이 내 생각에 가장 아름다운 홀이었는데 티샷을 아이언으로 하고, 어프로치는 우드를 잡아야 그린까지 가는 식이어서 여기서도 공을 하나 잃어버렸는데 미들아이언, 웨지, 웨지의 순서로 쓰리온을 했어야하나 돌이켜 생각하면 좀 이상하다. 아일랜드 그린의 정점이 마지막 18번이었고, 짧은 파 3 홀에서 공을 두개나 물에 빠뜨리고 나니 이게 내 실력인가 어려운 코스에 압도당한 것일까 기운빠지는 날이 되었다.



 

'미국 골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Unicorn, Stoneham, MA  (1) 2023.05.22
Eagle Creek, Orlando, FL  (1) 2023.05.04
Falcon's Fire, Kissimmee, FL  (0) 2023.04.30
Royal St Cloud, St Cloud, FL  (0) 2023.04.28
Waldorf Astoria, Orlando, FL  (0) 2023.04.26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