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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란도 골프여행을 마치는 날이어서 느즈막히 18홀을 치고, 공항으로 갈 예정이다. 이번에는 예상보다 비용이 (백불이 넘는 골프장을 다녔더니) 많이 들어서 마지막 라운드는 좀 싼 곳으로 해보려고 여기저기 프로모션을 찾아보다가 이 골프장에서 클릭의 실수로 인당 팔십몇불의 정가를 지불하게 되었고, 어차피 좋은지 후졌는지는 가봐야 알겠지 생각으로 간다. Eagle Creek 골프클럽은 Ron Garl과 Howard Swan 설계의 18홀 세미프라이빗 골프장인데 플로리다에서 가장 빠른 그린이라고 홈페이지에 당당하게 적어놓은 것을 보면 관리상태가 나름 괜찮겠구나 기대하며 시작한 라운드였다. 어디선가 읽은 리뷰에서 클럽하우스에 샤워시설이 잘되어있다는 얘기도 여기를 선택한 이유. 라운드가 끝나면 바로 공항으로 갈 예정이기 때문에 미국 골프장에서는 샤워 가능여부가 중요하다.
티박스가 홀마다 다섯 개씩인데 블랙 다음이 화이트 (여기서는 Champions로 부름), 그 앞에 실버 (Guest라 부름) 티가 있었고, 처음 몇몇 홀은 화이트에서 치다가 파 4 홀들의 전장이 400 야드 정도인 실버티로 옮겼다. 티박스를 어디로 정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공략이 달라지는 코스였는데 코스나 관리상태가 기대했던 이상이었다. 여행의 마무리로 전전날의 Royal St Cloud를 넘어서는 가성비 골프장을 찾아낸 느낌이어서 뿌듯했다. 물론 11시쯤에 시작하는 라운드라서 더운 날씨에 다들 지쳤으면서 마지막이라는 아쉬움도 함께였다. 골프 실력이 늘어감과 동시에 나이가 들어가며 여기저기 관절과 근육통이 있지만 그래도 감기나 설사병 없이 여행을 마치자면 나름 뿌듯함이 있다. 얼마전에 오랜만에 만난 후배가 내 골프치는 얘기를 듣더니 형 그거 일종의 강박증이에요 얘기해서 살짝 뜨끔했었지만 그냥 이렇게 사는 것이 즐겁다.
커다랗고 아름다운 클럽하우스에 바로 앞에는 잔디 드라이빙 레인지가 있어서 이러면 (내 기준에는) 좋은 골프장이다. 연습할 그린이 두개, 벙커나 어프로치 연습구역도 있는데 무슨 골프아카데미 사무실도 프로샵 옆에 있는 것을 보니 골프치는 이들에게는 천국같을 곳이다. 총 전장이 7,200 야드에 파 73 (후반에 파 5 홀들이 3개) 코스라 대충 만든 골프장이 분명 아니었다. 주택가 사이로 펼쳐진 페어웨이는 비교적 넓어서 곳곳의 물만 피하면 공이 죽을 염려가 없었고, 다만 어느 쪽으로 티샷이 갔느냐에 따라 어프로치의 전략이 완전 달라진다.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카트에 gps가 달려있지 않았던 것인데 덕분에 그린이나 해저드 근처까지 접근해도 경고음이 울리거나 카트가 멈추는 일이 없어서 장점이기도 하다.
전반의 처음 세 홀은 비교적 쉽게 플레이되었고, 물을 건너서 티샷하는 4번 홀부터 근사해지기 시작한다. 페어웨이 중앙보다는 오른쪽을 겨냥해야 물을 건너가기 쉬운데 그쪽에서는 남은 거리가 늘어나기에 파 5에서 쓰리온이 쉽지 않아진다. 핸디캡 1번인 6번 홀의 티박스는 뒷쪽 3개의 티가 물을 건너가야 하고, 앞쪽 2개 티박스는 물을 건너가서 위치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보는 티박스 배치이긴 한데 다양한 실력의 골퍼들을 위한 배려라고 새삼 느꼈다. 전반적으로 벙커가 많은 코스인데 그린 주변에서는 그럭저럭 나올 수 있었으나 페어웨이에 있는 벙커들은 턱이 높아서 절대 들어가먄 안되는 곳이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대부분의 홀에서 물을 접하고 있다. 반들반들하게 관리되는 그린은 보기보다 느린 편이었는데 오전에 비가 내려서였는지 모르겠다.
후반의 홀들은 더 길어지고, 어려워진다. 페어웨이가 넓은 것은 여전했으나 작은 벙커들이 곳곳에 산재되어 있었다. 라운드를 마무리하는 17, 18번이 이 골프장에서는 시그너처라고 생각되는데 물을 건너가는 파 3인 17번 홀의 그린 앞에는 나무로 낮은 벽이 만들어져있어서 좀 길게 쳐야했지만 티박스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상당히 좋았다. 마지막 홀도 그린 앞에서 물을 넘겨 어프로치하는 파 5 홀이었는데 두번의 굿샷으로 호수 근처까지 와서는 80 야드 웨지샷을 물로 빠뜨렸지만 스코어에 상관없이 정말 즐겁게 친 날이다. 라운드를 마치고는 프로샵에 들러서 수건을 받아서 샤워까지 마쳤더니 세상 행복했다. 6일간 10번의 라운드는 사실 올란도의 더위 아래에서 힘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지겹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번에는 특히 (예전에는 손이 떨려서 가볼 엄두가 나지 않았던) 좀 괜찮은 코스로만 다녀서 더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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