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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골프장

Unicorn, Stoneham, MA

hm 2023. 5. 22. 16:19

정확히 일년만에 다시 보스턴에 회의차 왔다가 짬을 내어 골프를 친다. 유니콘 골프코스라는 이름부터가 싸구려같고, 9홀 골프장이라서 예전같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것인데 이번에는 쌩초보인 동행이 갑자기 골프장에 가보고싶다고 하는 바람에 고민하다 잡았다. 머리를 올려주는 수준일 것이라서 가급적이면 싸고 한적한 곳이어야 했다. 그런데 부킹을 하려고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Wayne Stiles와 John Van Kleek의 설계로 1928년 개장한 18홀 회원제였다는 설명이 적혀있었고, 원래는 Stoneham 시와 Woburn 시에 걸쳐있던 골프장의 반쪽을 1970년에 Stoneham 시에서 인수하여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카트없이 걷자면 인당 25불인 시립 골프장이라 큰 기대는 없었지만 애초에 대충 만든 코스는 아닐 것이었다.

1번 홀을 시작하면서 보니 페어웨이에 에어레이션을 해놓아서 상태가 별로였다. 살짝 추운 날씨에 사람들도 우리 말고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티박스에서 그린이 보이지 않게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디자인이라든지 그린 주변의 벙커가 그린과 바로 붙어있으면서 울퉁불퉁한 모습 등은 같은 설계자들이 비슷한 시기에 만든 Putterham 골프장과 흡사해서 익숙했다. 5번 홀을 지나니 (우리는 여기서부터 길을 잘못 들었다) 바로 옆으로 파 3 홀이 붙어있는데 스코어카드에는 6번이 파 5로 나와있어서 이게 뭐지? 했는데 붙어있는 (아마도 그쪽이 원래의 남은 9홀인 듯) Stoneham Oaks 골프장과 아무런 경계나 울타리도 없이 이어지는 형태였다. 코스에 익숙한 로컬들이라면 이쪽 골프장을 치다가 저쪽을 치고 다시 되돌아오는 식도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서실, 이 골프장도 프로샵의 직원이 다른 일을 하느라 거의 자리에 없었고, 간간히 들어오는 골퍼들도 그냥 1번 홀로 가서는 티샷을 시작하는 것으로 보아 주민들은 (대부분이 회원일 거라서 돈도 지불하지 않고) 그냥 와서 치다가 가는 식인 모양이다. 9홀 코스에 선입견이 있는 사람이지만 그렇게까지 후진 골프장은 아니었는데 아무튼 나는 즐겁게 두어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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