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국내 골프장

기흥 (남)

hm 2023. 5. 20. 04:15

작년에 북코스를 다녀온 후 기흥 cc에는 오랜만이다. 잘 관리된, 오래된 코스에서의 라운드는 늘 즐겁지만 새로운 코스만 다니려다보니 올 기회가 적었고, 가격도 만만찮다. 주지하다시피 여기는 김명길 씨가 만든 36홀이고, 동/남 코스를 보통 남코스라고 부른다. 점점 더워지는 시기의 일요일이라 새벽의 티타임을 잡았으나 몇일 비가 왔어서 그런지 해뜨기 전부터 습도가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추운 것보다는 낫지 스스로를 위안하며 첫 홀로 간다. 한동안 잘 치던 아이언이 최근 다시 말을 듣지 않는데 연습을 안하는 것도 아니고 몸이 어디 아픈 것도 아니니 정말 골프는 어려운 운동이다.

먼저 시작한 동코스에서부터 습기가 장난아니게 올라온다. 우리는 천원짜리 스트로크를 했는데 내가 원래 내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빼지도 않는 편인데 시작부터 더블보기가 나오니까 멘탈이 완전 무너져버렸다. 몸이 무겁고, 될대로 되라 식인 골프는 힘들다. 평일 저녁에는 연습장에, 그리고 주말에는 종종 필드에 나가는 생활이 계속되니까 이런 생각이 든다. 어딘가에 모든 홀이 평평하고 네모반듯한 코스가 있다면, 거기에다가 그린에서는 무조건 투펏이라면 내 스코어는 지금보다 나을까 그런... ㅋ 저기 목표지점이 빤히 보이고 거리도 알고있다면 이븐파가 가능할까, 아마 내 수준에서는 어려울 것이다. 어쩌다가 파 3 골프장에 가봐도 파는 몇개 나오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실제의 골프장은 (아무리 빤한 평지 코스라고 해도) 자연환경이나 설계자의 의도에 의해 단순한 샷이 절대 나오지 않게끔 되어있다. 그래도 희안한 것이, 길고 어려워보이는 홀에서도 종종 파나 버디가 나온다. 골프의 묘미가 그런 것이겠지만 아무튼 영 잘못 맞았는데 운좋은 바운스로 버디찬스가 생기기도 하고, 이거다 싶게 잘 맞았어도 벙커로 가거나 홀컵을 훌쩍 넘어가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남는 것은 스코어카드 뿐이라지만 아마추어 입장에서는 운이 따른 싱글보다는 미스샷이 없는 보기플레이가 더 기분좋다.

내가 다니는 연습장에는 한쪽에 왼손잡이 타석이 하나 있는데 한동안 내가 독점하다가 요즘에는 기다리는 경우가 잦다. 십여분쯤 앉아서 tv도 보다가 남들 치는 것도 구경하다가 그러는데 잘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초보다. (내가 치는 모습을 남이 봐도 마찬가지겠지만) 엉성한 폼인데 GDR에 찍히는 비거리는 나보다 낫더라. 나름 구력 십년에 육박하는 입장에서는 굴욕인데 그래도 나는 느리게라도 발전하고 있다고 믿는다. 도저히 나는 안될거야 싶었던 티샷 200미터도 이제는 어렵지 않으니 언젠가는 20, 30미터 정도 늘지 않을까 기대도 한다. 그런 시기가 오면, 드라이버 후에 웨지를 잡는 상황이 되면 나는 블루티로 갈 것이다. 좋은 스코어보다 쓰리온 게임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내 골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골드 (마스터)  (1) 2023.06.10
월송리  (0) 2023.05.31
크리스탈밸리  (0) 2023.05.16
무등산  (0) 2023.05.12
포라이즌  (1) 2023.05.09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