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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크리스탈밸리

hm 2023. 5. 16. 19:59

비탈길에 잔디만 좀 심어놓으면 근사한 골프장으로 둔갑할듯한 동네인 가평 운악산 자락에 있는 18홀 회원제 크리스탈밸리는 김명길 씨의 설계로 만들어져서 2004년에 문을 열었다. 한때 세란병원이 주인이었던 (지금도 그런지는 잘 모른다) 시절에는 충북 진천의 크리스탈카운티 (지금의 골프존카운티 화랑)까지 계열사로 갖고 있었고, 한동안 부침을 겪으면서 여기가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부도 1호 회원제 골프장이었을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퍼블릭 부킹도 받으면서 (조명을 설치해서 야간 3부까지도 돌렸고, 평일에는 조식이 포함된 프로모션도 있었다) 나같은 사람에게도 가볼 기회가 몇차례 생겼었는데 아무튼 지금은 다시 원래의 회원제로 운영해서 일반 부킹은 거의 차단된 상황이다.

모처럼만에 회원권을 가진 지인과 함께 크리스탈밸리를 가보는데 근방의 가평베네스트와 마찬가지로 고속도로를 나와서도 꽤나 가야하는 입지다. 이쪽 동네는 오전에 안개가 심한데 지대가 높은 가평베네스트는 안개가 오히려 경치를 근사하게 만들어주지만 여기나 근방의 마이다스 청평 등은 끔찍해진다. 몇일간 많은 비가 내렸어도 다행히 오후 티타임이었고, 날씨가 좋아서 클럽하우스에서 내려다본 코스는 정말로 별천지인가 싶은 계곡에다가 예쁜 정원같았다. 이제는 나도 우리나라 산악지형 골프장을 많이 접해봐서인지 김명길 씨가 설계했다고 하면 대충 어떤 식인지 감이 온다. 산허리를 휘감고 도는 식이라 고저차는 심하지 않아도 페어웨이가 좁아보이고, 그린도 도그렉 뒤로 숨겨져 있다. 거기에 거리도 만만찮게 길다. 뭐, 그런 정도야 설계 철학이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코스의 관리상태는 기대에 못 미친다. 5월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홀의 티박스에는 매트를 깔아놓았고, 조선잔디 페어웨이는 멀리서 볼 때는 근사했지만 막상 공을 치려고 보면 듬성듬성 맨땅인 경우가 있었다. 맘잡고 때려도 구르다가 마는 그린도 좀 이상했다. 그나마 예전 기억에, 임시 그린으로 여러 홀들을 대충 때우던 시절도 있었으니 지금은 좋아진 것일지도. 모처럼의 힐링이다 생각하니 다 좋게 느껴져서 관리의 미흡함은 그러려니 하고 쳤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자면 뭔가 문제가 심각한 골프장이다. 한때 회원권이 4억까지도 갔다는 소문이 있던데 지금의 모습은 그럴만한 명문 컨트리클럽의 모습은 아니었다.

경치나 즐기면서 설렁설렁 치긴 했지만 코스를 공략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많은 고민이 필요한 곳이다. 나름 본래의 자연을 보존하면서 색다른 레이아웃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것이 각 홀들이 다 독특하다. 언덕에 가려 페어웨이가 전혀 보이지 않는 홀이 있는가 하면 공을 잃어버릴 각오로 쳐야하는 곳도 있다. 가평베네스트와 같은 산자락이지만 분지같은 지형에다가 앉혀놓아서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고, 그래서 좀 평범하게 보인다. 오래전 실망했던 이유중 하나인 임시그린이 여전히 여럿 있었고, 한 홀은 지금도 그쪽으로 친다. 코스도 조금 고쳤는 모양으로 스마트스코어 앱에서의 그림과 잘 맞지 않는 경우가 있었고, 그린 앞으로 임시그린이 위치한 경우에는 저만치가 그린이겠지 하고 쳤다가 짧기도 하고 그랬다. 티박스가 대개의 홀에서 높은 위치에다 만들었기 때문에 나무에 가려서 부담스러운 편이다. 그렇다고 무지 어려운 코스는 아니어서 캐디가 얘기하는 대로 잘 치면 잘 간다. 어쩐지 나중에 다시 오면 좋은 스코어가 나올 것만 같은 그런 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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