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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마에스트로

hm 2022. 7. 17. 05:17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우리나라 골프업계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되었는데 회원제 골프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거나 주인이 바뀌며 퍼블릭으로 전환하던 시기가 불과 몇년전이다. 회원권 가격이 반값 이하로 떨어지면서 우리나라 골프는 사양의 길을 걸었다. 일반에게는 문을 닫은 고급 회원제로 시작했던 클럽모우사우스스프링스 등도 경영의 어려움을 겪다가 대중제 골프장으로 바뀌었고, 골프존카운티나 카카오 등에 인수된 곳들도 많다. 사정이야 어떻든 나같은 일반 골퍼들에게는 배타적이던 회원제 클럽에 가볼 수 있게 되어 기쁘지만 다시 골프의 인기가 되살아나면서 가격이 많이 비싸지기도 했다. 안성으로 지나가다 보면 파인크리크신안 cc를 지나 도로옆으로 보이는 고급스런 마에스트로도 원래의 주인은 천룡 cc와 레이크힐스 골프장들을 소유한 재일교포 모씨였는데 훌륭한 코스와 클럽하우스를 만들어놓고 비싸게 회원권을 분양하던 시기가 하필이면 골프업계의 내리막길에 겹쳤던 것이다. 몇년전에 마에스트로가 퍼블릭으로 전환된 이후 종종 갔었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그린피도 올랐지만 부킹이 하늘의 별따기 수준으로 어려워져서 오히려 문턱이 높아졌다. 지금의 주인인 부영그룹이 호텔도 지어놓고 했다는데 정작 코스의 설계자를 알아보려고 홈페이지에 들어가보았더니 디자이너는 누구인지 나와있지 않았고 (어딘가에서 김병국 씨라는 글을 읽기는 했으나 확실하지 않음), 조형설계를 Robert Owen Painter가 했다고만 되어있었다. 보통 이렇게 설계자를 내세우지 않는 골프장은 뭔가 켕기는 게 있겠지 싶어서 좀 그랬는데 밸리와 레이크 코스로 되어있는 18홀 코스이며, 페어웨이는 초기에 벤트그라스였으나 지금은 다른 품종으로 교체중인 모양이다.

그래도 시작이 거창했기에 좋은 골프장임은 분명하다. 시원시원한 경치에 울퉁불퉁 파도를 치는 페어웨이, 수많은 벙커, 그린 주변이 특히 어려웠다. 내 첫 인상은 어렵기도 했지만 홀들이 일관성이 없다는 느낌이었는데 엄청난 항아리 벙커가 위협적이다가 어떤 홀에서는 갑자기 야트막하고 넓직한 그린사이드 벙커가 나오는 식이었다. 그린의 스피드도 들쭉날쭉했고, 매 홀마다 보이는 수많은 송전탑들도 경관을 해쳤다. 이게 다 못친 사람의 변명일 수 있겠지만 아무튼 오랜만에 마에스트로를 재방문하는 속내는 제대로 푸른 잔디에서 좀 잘 쳐봐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이번에는 밸리로 시작해서 레이크 코스로 끝나게 부킹을 했다. 예전에는 백을 뒤져서 어디 헌 공이 없나 찾아보았을, 220미터 넘어가야하는 티샷도 성공하는 확률이 조금씩 올라가니까 이것도 나름 재미있다. 반면에 70 미터를 남겨놓고는 뒷땅으로 물에 퐁당하는 경우도 여전하니까 이래서 골프가 재미있는 운동이다.

예전에도 밸리 코스로 시작하면 해저드와 돌무더기를 넘겨치는 티샷이 부담스러웠다. 화이트티에서 페어웨이가 그리 먼 것도 아닌데 오르막으로 시작해서 그랬나본데 그러거나 말거나 첫 티샷은 항상 부담스럽다. 전반에서는 밸리 7번이 기억에 남는데 페어웨이보다 벙커가 더 큰 파 4 홀이어서 드라이버보다는 아이언 두번이 정답이었다. 자타공인 마에스트로의 시그너처 홀인 레이크 2번에서는 웬만해서는 무모한 시도인 우측 벙커를 넘기게 되면 쉽게 투온이 가능하지만 아예 왼쪽으로 해서 투온, 쓰리온을 추구하는 것이 현실적인 홀이다. 나같은 짤순이도 화이트티에서 200 미터는 어렵잖게 넘기는데 벙커를 의식하면 될 티샷도 안되기에 아예 왼쪽을 겨냥했으나 몸이 경직된 탓인지 훅이 나면서 (운이 좋게도) 오른쪽의 벙커를 넘겨버렸다. 가슴벅차게도 이 홀에서 투온을 했으나 마에스트로의 진정한 애로사항은 그린에 있었다. 요즘 코스들은 다들 커다랗고 몇단씩 쌓아놓는 그린이 유행이라지만 여기는 대체 무슨 생각일까 싶게 크고 울퉁불퉁하다. 보통 이런 그린은 빠른 편일텐데 장마철이 계속되어 매우 느렸고, 아무리 고민해도 브레이크가 읽혀지지가 않았다. 이런 그린에서 실은 나는 물만난 고기처럼 잘치는 편인데 거리 하나는 잘 맞추던 내 퍼팅이 거듭된 라운드로 지친 탓인가 쓰리펏이 난무한 날이었다. 몸이 힘들면 스윙은 어찌어찌 되는데 숏게임과 퍼팅의 정교함이 떨어진다는 것이 내 생각. 수차례의 라운드로 내린 내 평가는 마에스트로가 기대 이상으로 괜찮은 골프장이라는 것인데 (적어도 골프코스라는 측면에서는 웰링턴 같은 곳보다는 훨씬 낫다) 퍼블릭이 된 이후에 클럽하우스의 관리에는 좀 소홀하는 느낌으로 로비의 소파나 서재 등은 좀 더럽혀지고 고장나고 그런 부분이 있었다. 개장한 초기의 깔끔함을 굳이 떠올리지 않는다면 문제될 정도는 아니었고, 이런 코스가 퍼블릭이어서 나같이 회원권 하나도 없는 이들도 드나들 수 있는 것은 나름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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