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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월은 주말마다 일본에서 보내고 있는데 이번에는 치바보다 윗쪽인 이바라키 현의 쓰쿠바 시에서 일정이 있다. 쓰쿠바 시는 오래전 세계박람회가 열렸던 것으로만 기억나는 동네로, 관광지로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역시 일본답게 골프장이 널려있었다. 골프칠 시간이 딱 하루뿐이어서 좀 좋은 곳으로 가보려 했으나 어디가 좋은지 알 리가 없으니 그저 공항에서 가깝고, 평이 좋은 골프장으로 잡았다. 카난골프클럽 (霞南ゴルフ倶楽部)은 霞南을 "카난"이라고 발음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으나 라쿠텐 등에서는 카스미나미라고 적혀있었고, 골프장 홈페이지에는 (영어로) Kanan이라고 해놓았으니 둘 다 맞을 것이다. 가토 슌스케 (加藤俊輔) 씨가 설계하여 처음 개장했을 당시에는 토네 (利根) 골프클럽이라는 이름이었고, 지금은 퍼블릭이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점심을 포함하여 8만원 정도를 (2인 할증이 없다) 지불했다.
 
18홀 코스라서 인 코스로 시작하게 되었고, 카트가 페어웨이로 들어가지 못하지만 평탄하고 편안해보였다. 아시아나 cc화산 cc 등에서 보던 것처럼 저멀리 뽁뽁이처럼 언듈레이션이 보여도 러프나 양측 언덕이 그렇게 생겼을 뿐 페어웨이 자체는 굴곡이 별로 없었다. 빠른 그린에서 잠깐 당황했을 뿐 파를 차곡차곡 만들어가자니 전반이 끝났고, 점심식사후 아웃 코스로 나갔는데 근사하다는 표현이 진부할 정도로 멋진 홀들이 거듭되어 우리처럼 인/아웃 순서로 도는 것이 제대로인 셈이었다. 한쪽에는 물이, 반대쪽에는 계곡인 좀 어려운 홀들을 지나가다가 만난 5번에서 8번은 웬만한 골프장에서라면 시그너처로 불릴 수준이었다 (특히 5번 홀을 마치고는 그린에서 한동안 뒤를 돌아보며 정말 멋지다 감탄했다). 몇몇 홀에서 저멀리 철탑과 고압선이 보이는 외에는 흠잡을 구석이 없어서 모처럼만에 숨은 보석을 찾은 느낌이었다. 거기에 (일본 골프장들은 대개 그렇긴 하지만) 한없이 친절한 직원들과 막히지 않게 스무스하게 진행된 (그래도 점심시간을 포함해 거의 6시간이 걸린 것은 어쩔 수 없다) 점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10월말에 몇일간을 일본 중부에서 보냈더니 다음에 다시 온다면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일출과 일몰이 우리나라보다 30분에서 한시간 정도 당겨지고, 기온은 몇주정도 늦게 추워진다. 렌트카 빌려서 운전하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는데 차도의 폭이 좁고, 특히 시골길은 교차로 모서리까지 건물이 있어서 오는 차들을 미리 멀리서 보고 마음의 준비를 하기 어렵다 (그래서 무조건 신호나 정지선을 지키게 된다). 렌트카는, 아무리 경차의 천국 일본이라도 캠리 정도의 세단을 빌리는 편이 짐을 싣기에도 장거리 운전하기에도 편하고, ETC (우리나라의 하이패스) 카드는 반드시 하는 편이 좋다. 그리고 아무리 시골이라도 세븐일레븐 등의 편의점이 곳곳에 있긴 한데 골프장 안에도 자판기가 있거나 식음료 가격이 비싸지 않으므로 굳이 바리바리 싸가지고 갈 필요는 없었다. 골프장은 라쿠텐 고라 등에서 예약할 수 있었고, 굳이 평점이 높거나 가격이 비싼 곳을 고집하지 않아도 이번 Kanan 골프클럽의 예에서 보듯이 의외로 좋은 곳을 만나는 행운이 따르거나 아주 후졌다 싶은 경우는 없었는데 대개의 일본 골프장들이 버블시대나 적어도 2000년 이전에 만들어져서 개장 당시에는 나름 심혈을 기울여 건설되었기 때문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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