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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에는 꽤나 자주 갔었던 아시아나 cc 동코스를 얼마만에 다시 가보는 것인지... 예전에는 이쪽 지역도 곤지암이라고들 했었는데 중부, 남촌, 렉스필드 등과는 달리 영동고속도로 양지 ic로 나가는 것이 빠르니까 (그리고 행정구역도 경기도 광주가 아니라 용인이다) 용인권 골프장이다. 내가 처음 가본 것이 2013년 봄이었는데 모처럼 부킹이 어려운 회원제라고 부풀었던 마음도 잠시, 클럽하우스에서 내려다보는 페어웨이가 마치 고분군을 연상시킬 정도로 심하게 구겨져있어서 이게 뭐냐 살짝 당황했었고, 그것이  Ronald Fream 코스와의 첫 만남이었다. 요즘에야 이런 식의 울퉁불퉁 인위적인 형태가 흔하지만 당시 초보였던 내가 느꼈던 것처럼 처음 이런 식의 설계를 접했던 개장 당시에는 얼마나 화제였을까 싶다. 이후 서너번을 방문하여 주로 동코스를 쳤는데 어렵다고 스코어가 더 나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고 (울퉁불퉁 페어웨이는 서코스를 골랐어도 마찬가지다), 나름 페어웨이와 그린이 넓직한 데다가 잘 쳤는데 공이 사라진다든지 뭐 그런 식의 황당한 곳이 아니어서 좋은 기억으로 남은 곳이다. 요즘에는 xgolf 같은 곳에도 티타임이 나오고, 비회원 부킹도 쉽게 받아주는데 나름 비싼 그린피에도 기회만 되면 가서 쳤었다.

바야흐로 골프시즌이 되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할 참이다. 비교적 저렴하던 그린피가 5월로 접어들면서 다시 비싸져서 평일에도 십수만원은 기본이게 되었던 차에 누가 그럭저럭 저렴하게 잡아주어서 기쁜 마음으로 간다. 땡볕과 가뭄으로 여기나 저기나 잔디가 몸살이지만 그래도 아시아나는 관리상태가 아주 좋다고들 했고, 요즘 우리나라 골프장들이 하도 구겨놓아서 그런지 이정도면 해볼만하다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비소식이 있고, 용인 지역은 오후에 폭우가 예보되어 있다. 비내리는 고속도로를 달리면서도 가서 취소해야하나 그런 생각. 다행히 우리의 티타임인 오후 1시경에는 비가 그쳐주었고, 8번 홀을 치는데 억수같은 비가 쏟아져서 일단 철수. 보니까 다들 중단하고 씻으러 들어가는데 우리도 어떡할까 고민하다가 동반자 한사람이 그냥 계속 치자고 우겨서 다시 9번으로 갔다. 포기하지 않기를 정말 잘한 것이, 티샷을 하려고 보니까 거짓말처럼 비가 그쳐주었고, 18번 홀에 이르러서야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나도 한때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무조건 친다는 주의였으나 속옷이 젖어들고, 그립이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즐거운 운동이 아니라 극기훈련처럼 되어버려서 요새는 중간에 접는 편이다. 오늘은 정말 하늘이 도운 날씨였으나 우산을 쓰건 바람막이를 겹쳐서 입건 비오는 날의 골프는 영 재미가 없다.

아시아나 동코스가 악명이 높다고는 하나 보기플레이어 정도만 되어도 재미있게 칠 수 있는 골프장이다. 첫 홀을 쳐보고 역시~ 했던 것이 보기보다 전장이 짧아서 세컨샷이 엉거주춤 내리막 라이에 걸리더라도 짧은 어프로치가 남는다. 화이트티에서 전장이 6,400야드 (5,800미터?) 정도인데 골프장 설계자들은 이정도 거리에서 코스를 최고로 즐길 수 있게 만들어야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프로들이야 빽티에서 치겠지만 그들은 460야드 파 4 홀을 우리들처럼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 웨지로 포온하는 것이 아니다. 티샷이 잘 맞았다면 적어도 롱아이언이나 우드류로 어프로치하는 일은 없어야할 것이다. 내 스타일은, 좀 길어서 어프로치샷이 길게 남으면 무조건 쓰리온 전략인데 아시아나 동코스에서는 홀마다 파를 목표로 한다. 여기서는 오히려 그린이 문제였는데 예로부터 아시아나 동코스에 좌그린이면 최악이라고들 했었으나 요즘에는 이런 곳이 많다. 그저 어려우면 그런가보다 할텐데 뭔가 작위적으로, 히스테리를 부려놓은 것만 같아서 우습다. 브레이크를 덜 보고, 스피드에만 신경써서 퍼트를 하면 그럭저럭 투펏으로 막는다. 그럭저럭 파를 거듭해서 만들어나가다가 버디도 하곤 했는데 비가 내린 탓에 그린이 느려진 덕도 있을 것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약간씩 길어지면서 어디 강원도에라도 온 느낌으로 경치가 근사해지는데 오랜만의 방문이어서인지 내 실력이 나아져서인지 근래 가본 골프장들 중에서는 최고의 풍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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