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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잠깐 갔다가 귀국하는 길에 몇일 휴가를 내서 방콕을 경유하기로 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출발한 타이항공이 수완나품 공항에 내린 것이 오전 6시반. 택시를 기다리며 몽키트래블에 접속해서 바로 예약한 곳이 공항에서 십여분이면 도착한다는 Lakewood 컨트리클럽이다. 공항 주변에 (여기는 방콕이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사뭇프라칸이라는 지역이다) Muang Kaew, Thana City 등의 골프장들이 많았는데 어차피 다들 안가본 곳이기도 했고, 레이크우드는 27홀이라 (Lake/Wood/Rock 코스) 잘하면 다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었다. 여기는 J. Michael Poellot 설계인데 가격도 살짝 비쌌기 때문에 (캐디팁 제외 8만원)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공항에서 거리는 10km도 안되는데 교통체증을 벗어나 골프장 입구에서부터도 클럽하우스까지 상당히 멀어서 거의 30분이 걸렸다. 혼자서 갔기에 다른 이들과 조인할 생각을 했는데 평일이라서인지 혼자(는 아니고 캐디와 함께) 출발했고, 락/레이크 코스의 순서로 (우드 코스는 닫아놓았음) 돈다. 추워서 덜덜 떨었던 한국과 독일이 무색하게 반바지와 반팔이라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이었다. 내 앞에 팀들이 줄줄이 있긴 했는데 혼자 치는 나를 계속 패스시켜줘서 결국 3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 라운드는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었지만 공이 괜찮게 맞아주어서 즐겁기도 했다. 왜 힘들었냐면, 티박스에서든 페어웨이에서든 바로바로 쳐야해서 마치 스크린에 온 느낌으로 계속 치고 이동하는 연속이어서 그랬다. 대신에 이날은 티샷이 잘 맞았고, 길지 않게 세팅된 탓에 파의 행진이었다. 그린 앞마다 벙커가 커다랗게 있어서 자주 들어갔지만 나오기 어려운 편이 아니었다. 레이크우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반면에 Rock 코스는 저렇게 이름붙인 이유를 모르겠음) 호수를 거의 모든 홀에서 만나게 되고, 야자나무도 페어웨이 양측으로 무성했다. 좀 재촉하기는 했어도, 말이 통하지 않아 애먹었어도, 상냥하고 부지런히 뛰어다니던 캐디와 그늘집에서 쓸 수 있는 200 바트 쿠폰을 준 것도 마음에 들었다. 레이크우드가 방콕 주변에서는 자주 언급되는 골프장은 아니라지만 이정도 컨디션에 이 가격이면 불평할 여지가 없었다. 숨가쁘게 18홀을 마치고는 간단하게 점심을 (혼자) 먹었는데 주변에는 온통 한국말하는 사람들이었다.

18홀 라운드가 끝나갈 무렵에 캐피팁을 얼마나 줘야할라나 네이버 검색을 해봤다 (연초에도, 올해 4월에도 태국을 왔었지만 매번 검색해보는 것 같다). 300 바트만 주라는 글도 있었고, 한국인 관광객들이 팁을 너무 후하게 줘서 캐디들 버릇이 나빠졌네 그런 얘기도 보았다. 그들이 얼마나 벌어서 어떻게 사는지 별로 궁금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땡볕에서 몇시간동안 내 시중을 들어줬는데 고작 몇천원을 고민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내가 아주 매너가 좋은 골퍼라고는 생각하지 않더라도 앞뒤의 한국인 팀을 보면, 술냄새를 풍기며 목소리 높여가며 (그들이 알아듣지 못하니까) 온갖 상스러운 말들을 해대며 껄껄거리는데 저런 사람들을 상대하는 댓가치고는 너무 싸다. 말도 통하지 않는데 채 가져다주고 공 찾아주고 그들도 나름 힘들게 하는 일이다. 팁을 너무 많이 주는 호구짓은 말아야지 하면서 대충 주고서는 골프장을 나오는 내내 그깟 몇천원인데 더 줄걸 그랬다 생각이 내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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