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귀국하는 날의 오전에 운동하는 골프장은 숙소에서 지척이었던 동방지성 골프클럽 (東方之星高爾夫球場)이다. 영어로 Oriental Sunstar라고 되어있으나 막상 골프장에 가보면 Orient Star라고 적힌 안내판도 있으며, 라커의 수건에는 東方日星이라고 인쇄되어있는데 아무튼 어느 쪽이듯 동방의 (태양)별이다. 여기는 특이하게도 Lee Trevino가 설계했다고 하는데 선수로나 유명했을 그가 골프장도 직접 디자인했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미국, 멕시코, 아시아 등에 트레비노 디자인의 코스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여기가 나의 첫번째 Trevino 코스가 되었다.

시내에 있더라도 클럽하우스의 상태는 오래된 미국 퍼블릭같았고, 다만 주말이어서인지 사람이 많았다. 시작하는 1번부터 파 5 홀이었는데 저멀리 내려다보이는 페어웨이에서 그린까지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잔디의 상태도 개중 나아보였고, 티박스 주변으로 꽃밭을 예쁘게 꾸며놓은 모습을 보면 관리도 열심인 모양이었다. 전반적인 인상으로 코스가 아기자기하게 예쁘면서 전장은 길지 않아서 나는 좋았다. 파 4 홀들이 투온에 무리없을 정도로 조성되었고, 다만 그린 주변에 벙커와 해저드가 자리잡아서 살짝 부담스러운 것만 극복하면 좋은 스코어가 난다. 분명 아마추어들에게 인기있을 코스이고, 나같은 경우에도 티샷이 조금 빗나가더라도 큰 낭패를 보지 않는데다가 경치도 좋아서 아주 즐거워하며 27홀을 돌았다. 중간에 클럽하우스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음식만큼은 웬만한 고급 중식당보다 나으면서 가격은 착했다.

3일간 짧은 일정이었지만 추운 날씨를 피해 내려온 대만의 골프장들은 대만족이었다. 내가 겨울이라고 한국에서 골프장을 아예 안가는 것은 아니지만 찌뿌드한 몸에 답답해서 나가는 것이지 누런 잔디에서 얼은 손을 비벼가며 치는 골프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떻게든 해외로 나가보려고 하는데 한국에서의 골프가 워낙 비싼 덕택에 어디를 가더라도 적어도 가성비에는 만족을 한다. 이번에 플레이한 Paoshan, The Royal, 그리고 여기 동방지성까지 보통 대만의 골프장을 추천하는 리스트에 (약 50여개의 골프장이 있다고 한다)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랍게도 가격과 진행, 코스의 상태까지 나는 모두 좋았다. 내 개인적인 첫인상이니까 좀 왜곡되었을 수도 있는 것이, reddit 등에서 Taiwan golf를 검색해서 의견을 보면 좋은 얘기가 거의 없었는데 (비싸다, 에티켓이 없다, 소떼몰듯 진행을 재촉한다 등등) 거기의 외국인들이 한국 골프장을 경험해보았다면 생각이 달라질 거라고 본다. 관광지로서의 대만은 별로 끌리지 않지만, 싸고 맛있는 음식도 지천인 동네라서 조만간 다시 오지 않겠나 싶은데 6월에서 8월까지의 여름철에는 더위와 잦은 태풍으로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니 결국 내년 겨울이 되지 싶다.


'아시아 골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Summit Windmill, Bangkok, Thailand  (0) 2023.12.15
Lakewood, Bangkok, Thailand  (1) 2023.12.11
The Royal, Miaoli, Taiwan  (1) 2023.12.04
Paoshan, Hsinchu, Taiwan  (2) 2023.12.01
Kanan, Ibaraki, Japan  (1) 2023.10.29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