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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첫번째 대만 골프장. 몇년전부터 대만이 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나는 서너번 타이페이에만 (출장으로) 가보았다가 별로 좋은 인상은 아니었기에 (음식이 싸고 친절하나 번잡스러웠다) 이러한 열풍이 잘 이해되지 않았었다.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가볼 기회가 생겼는데 굳이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할 생각은 들지 않던 차에 이번에는 몇번 골프를 치기로 했다. 처음이기도 하고, 대만에도 골프장이 있기는 할까? 수준의 사전지식이었기 때문에 여행사를 통하기로 했는데 밤늦게 도착해서 차로 한시간을 이동해 묵은 호텔은 타이페이에서 남쪽인 타우펀 시에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 방문한 곳이 보산 골프클럽 (寶山高爾夫球場). 몽키트래블 등에는 나와있지도 않아서 좀 가성비 골프장이다 싶었으나 의도했다기보다는 여행사에서 잡아준 곳이다. 듣기로는 대만에서 가장 좋은 골프장으로 양승 (揚昇; Sunrise) 골프장이나 미라마 (美麗華) 등이 있다는데 몇만원만 더 내면 부킹이 가능하다고 했으나 처음 접하는 대만 골프장이니까 어디라도 괜찮다 생각했다.

한국은 요즘 춥기 때문에 더운 동네로 왔나 했더니 생각보다 선선한 날씨였다. 낮에는 반바지에 반팔 정도로 다닐만하다. 온도보다도 습한 날씨였는데 바람이 시원해서 쾌적했다. 숙소를 출발해 도착한 골프장의 첫번째 인상은 마치 일본에 온 느낌으로 오래되었어도 깔끔한 모습이었다. 보니까 평일이라서 그런지 2인 플레이도 좀 있었고, 다들 느긋하게 치면서도 밀리는 일은 없었다. 시작하는 1번부터 오르막 우측 도그렉의 파 5인데 이후에도 극적으로 재미있던 홀들은 주로 롱홀이었다. 페어웨이 양측으로 나무가 울창해서 오래된 우리나라 골프장처럼 친근했고, 적당한 높낮이에 도그렉이나 해저드가 가끔 나와서 재미있는 코스였다.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던 젊은 남자 캐디는 그래도 열심히 뛰어다니며 거리를 불러주었고, 클럽을 받을 때마다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대만의 골프장은 중간에 식사를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모양이었다. 2부가 시작하기 전에 바로 후반으로 나갈 수 있다고 했지만 아무튼 우리는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이것저것 추천하는 메뉴를 주문해서 맛있게 먹었다. 후반은 좀 어려워지는 편이었는데 특히 오르막 티샷후 우측으로 90도 꺾어지는 파 5 홀인 11번이 가장 보기에도 멋지면서 재미있었다. 티샷만 좌측으로 멀리 쳐놓으면 쉽게 쓰리온을 하겠거니 했는데 웨지 어프로치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날이었다. 15번은 반대로 좌측으로 휘는 파 5인데 그린까지 내리막이어서 모처럼 투온을 노려본 (노려보기만 했음) 홀이다. 차라리 거리가 많이 남아서 레이업이다 생각하고 치면 우드나 유틸리티가 잘 맞는데 그린으로 쏜다고 하면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 우습다. 아무튼 18개의 홀을 마치고 나니까 오후 2시쯤 되었는데 좋은 기억만 남은 (나중에 대만의 골프장 순위 이런 글을 구글링으로 찾아서 보았더니 여기가 맨 꼴찌였으니 다른 곳은 얼마나 좋다는 얘기?) 골프장이었다. 그리고 대만에서는 끝나고 캐디에게 팁을 준다는데 인당 100 대만달러 (4천원 조금 넘는다) 정도를 주자니 너무 적은 거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현지인들은 아예 안주는 경우도 많다니까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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