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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의 이틀째, 숙소에서 약간 아래로 내려가서 먀오리 (明德)에 있는 The Royal 이다. 이름부터가 더로얄인데 여행사에서는 황가로얄이라고 적어주었지만 현지에서는 먀오리황가 골프클럽 (明德皇家高爾夫球場)으로 부르는 모양이었다. 그냥 한자로 皇家, 영어로 더로얄 골프클럽인데 황가로얄이라고 하는 것도 좀 이상하다. Robert Trent Jones 주니어가 설계한 18홀 골프장으로, 함께 설계에 참여한 이들로 Donald Knott, Gary Linn 등이 언급되고 있다 (RTJ 회사에서 일하며 안양 cc 리노베이션 등의 실무를 담당했던 분들이며, 대만에서는 이 팀이 Sunrise 등을 만들었다). 설계자를 보면 어제 플레이한 Paoshan에 비해서는 조금 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진입로에서부터 커다란 저수지를 끼고 올라가는데 좋은 골프장일 것으로 기대감이 부폴어올랐다.

골프장에 도착해서 잠깐 둘러보았더니 역시나 오래된 클럽하우스와 카트. 어제보다 더 널럴해보여서 오늘은 27홀을 돌기로 했다. 해외에 나와서 18홀 골프를 치고나면 (일본처럼 18홀밖에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오후에 남자들 서너명이 아무 할 일도 없는 상태로 남겨지게 된다. 뭐할까 고민하느니 골프를 더 치는 편이 낫다. 첫번째 홀로 나갔더니 완만한 오르막에 페어웨이가 넓어보여서 평이하겠구나 했고, 다만 그린이 포대 위에 있으면서 작고 느려서 약간 어려운 정도로 보였다. 이어진 2번 홀부터 제대로 골퍼를 시험하는 RTJ 식 코스가 시작되었는데 시각적으로 한쪽은 가면 안될 것만 같고, 반대쪽으로 치자니 벙커가 무시무시하게 늘어서있는 모습이었다. 보기에는 그래도 막상 가운데를 보고 치면 되는 것이지만 쉽지 않은 디자인이 웰리힐리레인보우힐스처럼 보인다. 그래도 어려운 코스가 더 재밌지 얘기하면서 조심조심 전진하다가 어느 홀에선가 트리플, 양파를 하면서 와르르 무너져간다. 초행길이라면 더더욱 간신히 그린으로 올라가서야 저쪽으로 왔으면 되는 건데 하면서 가쁜 숨을 몰아쉰다. 하나 긍정적이었던 측면은 페어웨이가 바람 탓인지 아주 단단해서 티샷의 런빨이 20미터는 나와서 나같은 사람에게는 바람직.

진정한 RTJ 코스는 후반으로 접어들어야 느끼게 되었다. 제주도의 롯데 스카이힐에도 (여기도 Robert Trent Jones 2세의 설계에 엄청나게 어려운 코스) 비슷한 홀이 있었는데, 페어웨이 끝까지 가면 옆으로 비스듬히 지나가는 개울을 건너 좌측의 두번째 페어웨이를 거쳐서 가는 파 5홀이 10번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RTJ가 설계한 코스들이 어렵기로 유명한데 여기 후반은 어디서 본듯하게 어려운 홀들만 모아놓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화이트티에서 200미터가 넘는 파 3에서 원온을 했고, 가장 장관이었던 18번 롱홀에서도 (죽지 않고) 파를 잡아낸 것이 뿌듯했다. 점심을 먹고는 다시 9홀을 추가로 돌았는데 캐디가 1번 홀로 카트를 몰자 다같이 10번부터 가자고 외쳤던 것은 더 어렵지만 극적이었던 후반을 다시 돌아보고싶었던 마음이 통했던 것이다. 어려운 코스에서 그럭저럭 보기플레이를 한 것도 기분좋은 일이었고, 말은 안통해도 열심히 뛰어다니며 공을 찾아주던 아줌마 캐디에게도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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