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m Resort (Cempaka), Johor, Malaysia

매년 12월 초순에 말레이시아 조호바루로 골프치러 왔던 것도 (코로나 2년을 제외하면) 어언 10년이 되어간다. 조호르 주에만 골프장이 스물몇개나 된다는데 매번 들르게 되는 골프장이 바로 여기, 팜리조트인데 코스의 수준이나 가격이나 흠잡을 구석이 없는 좋은 골프장이다. 여기는 총 54홀인 대단지 골프장인데 (Ronald Fream과 함께) Hiromasa Inagawa가 설계했다고 나와있으나 심지어는 일본의 여행사 홈페이지에도 이 사람의 이름이 영어로만 적혀있는 것을 보면 일본사람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3개의 18홀 코스의 이름은 Allamanda, Melati, Cempaka 코스이며, 알라만다 코스가 닫혀있어서 오전에 쳄파카, 오후에 멜라티 코스를 치기로 했다. 많이 추워진 한국을 벗어나서 따뜻한 남쪽나라로 왔긴 한데 아침부터 찌는듯한 더위는 역시 견디기 힘들다. 주루르륵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며 카트에 음료수를 가득 싣고 떠나는데 노캐디 골프장이라도 다행히 카트가 페어웨이로 들어가니 즐거운 하루가 될 것이다.

동반자인 황** 선생은 폼이나 샷이나 매너나 나무랄 곳이 없는 훌륭한 골퍼일 뿐만 아니라 성격이 유쾌하고 편해서 덩달아 내 샷도 좋아지는 그런 사람이다. 이런 동반자가 있으면 덩달아 내 공도 잘 맞는다. 동남아에 흔한 버뮤다그래스 페어웨이는 군데군데 맨땅이 드러나기는 했어도 플레이에 지장이 없었고, 문제는 역시 카우그래스 (동남아에 흔한 일명 떡잔디) 러프와 버뮤다로 조성된 그린이었다. 보기에는 좀 웃자란 듯이 보이는데 빠르게 잘 구르니까 오히려 당황스럽다. 브레이크도 본 것보다 더 꺾이고, 특히 홀컵 주변에서 살짝 비켜가는데 풀의 저항을 이기자니 좀 지나가게 쳐야겠고 그러나 자칫 한참을 지나가버리는 경우가 나온다. 그래도 나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숏게임 덕에 파의 행진에다가 후반에는 지쳐감에도 공이 잘 맞아서 행복했다.

Cempaka 코스는 좁은 페어웨이에 도그렉이 많아 세 코스들 중에 가장 어렵다고 한다 (블루티에서 레이팅 73에 슬로프는 135). 물을 접한 홀들이 많지만 그보다도 그린 주변의 수많은 벙커가 세컨샷을 조심스럽게 한다. 내 생각에 시그너처 홀인 9번 홀의 페어웨이는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일종의 아일랜드 페어웨이인데 그린이 물에 떠있는 경우는 종종 봤어도 페어웨이가 섬인 코스는 처음인 것 같다. 모처럼만에 파 5 홀들에서 쓰리온을 했으니 최종 스코어는 보기플레이라도 만족스런 라운드. 동남아 골프장에 대한 내 편견이 있었는지 몰라도 기대에 비해 몇배는 더 잘 관리되고 아름다운 코스였다. 한동안 방구석에 쳐박아놓았던 예전 (스틸샤프트의) 캘러웨이 아이언을 가져왔는데 거리도 그라파이트나 비슷하고 무엇보다도 좌우로 황당하게 휘는 샷이 줄어들어서 만족스러웠다.

나는 언제나 해외에 나오면 하루 36홀인데 오후로 접어들면서 36도에 이르는 더위는 정말 지독했다. 공이 잘 맞는데다가 관리상태, 레이아웃, 경치 모두에 만족한 코스라 다 돌고 싶었으나 그러다가 쓰러지겠다 싶어 오후의 멜라티 코스는 설렁설렁 치면서 돌았다. 클럽하우스 2층에 있는 한식당의 음식도 기대이상으로 맛있었는데 특히 김치맛이 훌륭했으니 시시한 동남아 한식당의 수준은 뛰어넘는다. 숙소인 Le Grandeur 호텔도 깔끔해서 나중에 또 와봐야겠다, 싱가폴에서 무슨 회의가 있으면 귀찮고 했었는데 이제는 열심히 다녀보겠다 마음먹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