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미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지역 골프단체가 북가주골프협회 (NCGA)인데 80년대에 몬터레이 지역에 Poppy Hills라는 골프장을 만들고 운영해왔다고 한다. 거기는 Robert Trent Jones 주니어가 설계한 코스였고, 90년대 중반에는 형인 Rees Jones에게 새로운 코스를 만들게 했으니 (형제간의 경쟁?) 바로 Poppy Ridge 27홀이다. 샌프란시스코 동쪽의 이스트베이 지역에 와인으로 유명한 Livermore에 있는데 이쪽에 괜찮은 골프장들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편이다. 나는 2014년에 여기를 한번 가봤었는데 당시에는 운좋게 저렴한 가격으로 부킹했었지만 이제 아무리 찾아봐도 평일에 (18홀 기준) 71불이 가장 싼 그린피였고, 아마도 이번 여행에서는 가장 비싼 골프장이 될 것이다. 와인으로 유명한 동네라 27홀 코스의 이름이 Merlot/Zinfandel/Chardonnay 이런 식이며 (그러나 주변에 와이너리는 보이지 않았다), 일단 (가뭄에 고생하는 캘리포니아 골프장답지 않게) 물이 많고 경관이 아름다운 골프장이다. 이쪽 동네에서 나는 TPC Harding Park나 Wente Vineyards도 가봤었지만 꿀리지 않는 코스에 가격은 훨씬 저렴하니까 다시 가더라도 후회없을 선택이었다. 그저 평탄한 사막이라서 숲이나 계곡으로 코스의 난이도를 만들어내기에 불가능한 입지인데도 도전적이고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다.
우리는 Zinfandel/Merlot 코스의 18홀에 배정되었지만 끝나고 돈을 더 주고라도 9홀을 추가하여 전체 27홀을 돌 계획이었다. 매일 36홀씩 도는 일정이었지만 이날은 저녁시간에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끝나면 호텔로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어야했기 때문에 27홀로 만족해야 했다. Zinfandel 코스로 나가보니 예전 기억은 거의 나지 않았으나 (구글 캘린더를 보니 예전에도 Zinfandel/Merlot 코스의 조합으로 돌았었다) Rees Jones는 사막이건 산악지형이건 전부 링크스로 만드는 재주가 있구나 느꼈다. 아마 캘리포니아의 가뭄 탓이겠지만 잔디를 꼭 필요한 지역에만 심어서, 잘 관리한다는 느낌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27홀을 다 돌기는 했으나 Merlot 코스는 이번에는 경험하지 못했다. 전반이 끝나고 Merlot 코스로 갔어야하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 Chardonnay 코스로 가버린 것이다. 후반을 마치고서 Merlot 1번으로 갔더니 5팀이나 되는 대규모 그룹이 대기하고 있어서 고민하다가 다시 Chardonnay를 돌았다. 다시 간다면 Zinfandel/Merlot/Chardonnay 순서로 돌아야겠다 생각했지만 세개의 9홀이 비슷비슷해서 많이 아쉽지는 않았다.
여기는 포도밭으로 둘러싸인 평야지대지만 와이너리에 부속된 골프장은 아니다. 그저 광활한 언덕만 시야에 보이는, 전형적인 링크스 코스다. 연일 내린 비로 홀들 사이의 페스큐 덤불이 무성하게 자라서 홀들이 비교적 뚜렷하게 구분되어 보였는데 가물거나 더운 날씨라면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할 레이아웃이다. 일단 그린으로의 방향을 잡으면 거기서부터는 비교적 관대한 경로다. 어떻게든 페어웨이를 지키면 되는데 좁지 않아서 마음은 편하다. 그린 주변에 벙커가 많고, 그린에서도 언듈레이션이 좀 있어서 파를 지키기가 쉽지 않았지만 쓰리온에 쓰리펏 정도라면 적당히 즐거운 목표가 된다. 다만 (대부분의 링크스 코스가 그렇듯이) 바람과 추위가 여기서는 중요한 변수다. 치는 내내 비가 오지는 않았으나 쨍하고 해가 떴다가 매서운 돌풍이, 때때로 비가 흩뿌리는 날씨에 즐거우면서도 힘든 하루를 보냈다. 우리는 일반 요금을 냈지만 여기는 NCGA 회원에게 무척 저렴하게 받는다. 할인을 받지 못한다면 근방의 Wente Vineyards가 더 나은 선택일듯.
'미국 골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Silverado (South), Napa, CA (0) | 2020.03.02 |
---|---|
Lake Chabot, Oakland, CA (0) | 2020.03.02 |
Eagle Ridge, Gilroy, CA (0) | 2020.03.01 |
San Juan Oaks, Hollister, CA (0) | 2020.03.01 |
San Ramon, San Ramon, CA (0) | 2020.0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