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erchase, Fort Worth, TX

오전의 Cowboys 골프클럽이야 비싸니까 좋겠구나 했지만 오후에 잡은 Waterchase 골프클럽은 가성비가 좋다고 한다. 현지의 지인이 말하기를 예전에 최경주 골프 아카데미가 있었다고 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기록은 없었고, 몇년전에 KJ Choi 주니어 대회를 이 골프장에서 진행되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대신에 여기에는 Jim McLean 아카데미가 있(었)는데 지금은 연습장과 9홀 코스를 포함해서 Texas 9 골프코스라고 따로 분리한 모양이었다. 골프장에 도착했더니 어수선한 분위기에 주차장 귀퉁이에 콘테이너박스가 프로샵이어서 싸구려 (내지는 실용주의?)가 아닐까 그런 첫인상이었다. 하지만, 여기가 Steve Plummer 설계로 2000년에 개장했다는데 이 설계자의 이름을 처음 접했어도 Waterchase를 플레이하고 나서는 그의 팬이 되었다. 개장하던 당시의 원래 이름이 The Links at Waterchase라고 했다는데 시작부터 산악코스 홀들이라 어디가 링크스라는 걸까? 했다가 어느 순간 광활한 링크스로 변하는 모습에 감탄했다.

점심까지 먹고 오느라고 티타임을 1시 중반대로 잡았으니 자칫 18홀을 마치지 못할까 걱정하며 시작했다. 잔디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들 텍사스 지역이지만 페어웨이의 상태는 좋아보였다. 스코어카드를 보면 전장만으로도 힘든 코스일 것으로 보였다. 빽티에서 7,200야드인데 바로 아래의 골드 (6,900야드)와 블루 (여기가 레귤러티인데 전장이 6,200야드)도 쉽지 않을 거리다. 더 밑으로 시니어와 레이디티가 있는데 4,800야드 정도. 1번은 비교적 쉬운 스트레이트 홀이었고, 물을 넘어가는 긴 파 3가 2번, 양쪽으로 OB 구역이 있는 파 5가 3번, 이런 식으로 차츰 어려워졌다. 그리고 전반에서 가장 어렵게 느껴진 5번이 나오는데 호수를 따라 거의 90도 오른쪽으로 휘는 페어웨이라서 200야드를 보내면 거기서부터 그린까지 다시 200야드가 남는다. 나같으면 도저히 두번만에 올라갈 수가 없었으나 장타자인 (조인한) 동반자는 그린 왼쪽을 겨냥하여 드라이버를 잡고 페이드로 공을 한번에 올렸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이어지는 6번이 (갑자기 나타나는) 링크스 파 5 홀이며, 티박스에서 그린까지 우측으로는 호수가 자리잡고 있어서 페어웨이 좌측을 따라서 가야한다. 광활한 페어웨이지만 그린이 또 물을 넘어서 위치하므로 쉽지 않았던 홀이다.

후반에서도 만만한 홀이 없었다. 후반도 10번부터 산악코스였다가 링크스로 변한다. 해가 저물어가서 마지막 세 홀을 제대로 플레이하지 못했는데 카트타고 지나가면서만 봐도 가장 극적인 피니시로 보였다. 비교적 짧은 내리막 파 3인 16번, 페어웨이를 좌우로 가르는 개울이 있어서 어느쪽 페어웨이로 가느냐에 따라 공략이 달라질 17번, 그리고 클럽하우스를 향해 돌아가는 롱호 18번까지 언제 다시 돌아와서 플레이해보고 싶었다.

이틀만 체류하고 귀국하는 짧은 일정이었으나 네번의 라운드를, 각각 다른 골프장에서 했다. 귀국편은 대한항공이지만 올때는 (저녁에 출발하기 위해) 어메리칸 항공을 탔는데 크게 흠잡을 것도 없지만 이렇게 가끔 외항사를 타보면 국적사를 비롯한 아시아권 항공사가 최고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오랜만에 가본 인천공항 제1 터미널은 정말 사람이 많았고, 올해 생겼다는 원월드 라운지는 여기가 미국인가? 헷갈릴 정도로 한국인이 적었다. 먹을 것도 없길래 마티나 라운지도 오랜만에 가봤는데 마티나 분식집이라는 평처럼 떡볶이, 국수, 오뎅 등이 가득했다. 대한항공에 익숙해져서일까 부족함도 많은 항공사지만 다른 항공사에 실망하다보면 외국에 나갈때 우선 대한항공이 취항하는지부터 체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