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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골프장

Cowboys, Grapevine, TX

hm 2024. 11. 30. 04:23

여기는 텍사스 카우보이스 (NFL 미식축구팀) 구단이 소유한 골프장으로, 당연하겠지만 달라스 인근에서는 좋고 비싸기로 소문난 퍼블릭 18홀이다. 설계자가 Jeff Brauer인데 이 사람은 미국 중부와 남부에서 여러 골프장을 디자인했다고 하지만 가장 유명한 곳이 여기, Cowboys 골프클럽인 모양이다. 그나저나 주말 오전이기는 하지만 인당 300불이 넘는 그린피는 예전같으면 쳐다보지도 않았을텐데 현지의 황** 선생이 덜컥 잡아버려서 그냥 간다. 여기는 소위 올인클루시브 (all inclusive) 골프장인데 식사나 음료 등등이 (술은 제외) 모두 그린피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여 우리는 티타임보다 한시간 이상을 먼저 도착해서 식사부터 했다. 듣기로는 메뉴에 갈비탕, 삼겹살 등등이 있다고 했으나 한때의 이벤트였던 모양으로 지금은 양식만 시킬 수 있다. 아무튼 골프만 치고 간다면 아깝거나 아쉬울 경험이라 점심까지도 먹고가리라 했다 (그런데 뷔페와 마찬가지로 정작 많이 먹게되지는 않아서 돈이 아까왔다).

클럽하우스에 들어서면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역사가 투영된 사진들과 수퍼볼 우승 트로피들이 진열되어 있어서 미식축구 팬에게는 환상적인 장소일 것이다. 프로샵에도 카우보이스 로고가 박힌 옷과 모자 등등이 가득했다. 그린피를 계산했더니 자석 볼마커를 하나씩 주는데 이걸 달고 있으면 먹는거 마시는거 (다시 말하지만 술은 따로 돈을 받는다) 모두 공짜라며 생색을 낸다. 풋볼 시즌에는 사람들이 라운드를 마치고 식당에 앉아서 (식당 자체가 미국에 흔한 스포츠바처럼 생겼다) 경기를 응원할 것이다. 이렇게 적으면서 떠올리니 좀 많이 먹을걸, 특히 8번 홀 근처에 있던 그늘집에서 근사한 냄새를 풍기던 소시지와 피자를 먹지 않았던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뷔페를 다녀오고서 몇일뒤에 더 많이 먹었어야... 그렇게 생각나는 식이다).

시간이 되어 코스로 나가보니 확실히 잔디의 때깔부터 달랐다. Poa Annua인지 버뮤다인지 모르겠는 페어웨이 잔디는 여간해서는 균일한 초록색이 나오기 어려운데 여기는 초록색이 러프와 확실하게 구분되는 잔디였다. 1번이 파 5로 시작하여 마지막도 파 5인 구성이었고, 둘다 티샷에 따라 투온도 가능할 디자인이다. 그린 전면을 커다란 벙커가 가로막고 있어서 여간 정확한 어프로치가 아니면 쉽지 않을 것이었는데 동반자인 황 ** 선생은 그동안 실력이 일취월장하여 하이브리드로 거뜬히 그린에 공을 세웠다. 요새 과로했는지 감기에 걸렸는지 영 몸이 시원치 않음을 아쉬워하며 나도 그럭저럭 공을 쳤다. 18번의 경우에도 엄청난 경치지만 투온을 무리하게 노리지 않는다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시그너처 홀이라고들 하는 4번은 호수 주변의 경치가 어마어마해서 그렇게들 얘기하는 모양이었고, 그외에 카우보이스에서 가장 재미있는 홀(들)을 꼽자면 남아있는 두개의 파 5 홀들이겠는데 8번과 13번 모두 티샷을 어마어마하게 잘치지 못한다면 공이 죽거나 애매한 레이업 거리를 남기게 되어 돌이켜 생각하면 우드나 롱아이언 티샷에 쓰리온이 정답인데 초행길에 무작정 드라이버를 잡은 것이 후회스럽다. 우스운 스코어를 기록하고도 허허 어렵네 그렇게 수긍하며 지나갈 수 있었던 홀들이다.

평생 처음으로 달라스 인근에서 서너번의 라운드를 하는 것이지만 여기를 최고라고 얘기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에 완전히 동의한다. (풋볼계의 인기 팀인 달라스 카우보이스 소유라는) 스토리가 있고, 고급스런 클럽하우스와 음식을 경험하게 되고, 관리상태나 코스의 설계 모두 뛰어났다. 300불을 넘는 가격은 나름 이해되는 수준이었으나 굳이 이렇게까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하게 최고의 경험과 비싼 가격을 맞바꾸는 카스카디아 등의 골프장이 있으니 한번쯤은 가볼 만도 한데 잘 찾아보면 평일 오후에는 살짝 저렴하게 프로모션이 나오기도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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