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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고 북부에서는 가성비로 최고인 골프장들 중에 하나가 Eagle Crest다. 평일이라면 오전에 20불에서 25불 정도면 카트까지 포함해서 칠 수 있고, 경치도 관리상태도 나쁜 편이 아닌 곳이다. 오후에 (계절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개 12시가 넘어가면 가격이 내려가므로) 근처 어디엔가 괜찮은 골프장을 잡아놓고, 오전에 워밍업하는 식이라면 딱인데 처음 여기를 가본 것이 2017년 12월이었고, 당시에는 오후에 The Crossings at Carlsbad를 갔다. 그때는 20불씩을 냈는데 이번에는 25불이라 좀 씁씁하지만 기껏 오천원 차이라도 속는 기분이다. 이날도 오후 12시반에 Maderas를 가기로 (거기도 60불에) 잡았기 때문에 근처의 골프장을 물색했는데 여기보다 싼 곳은 찾기 어려웠다. 인당 백불이 넘어가는 그린피는 굳이 (이번에는) 지불하고싶지 않았다.
David Rainville, Steve Halsey 등이 설계했으니 웅장하지도 그렇다고 시시하지도 않을 디자인인데 1월의 평일에도 사람들이 많았고, 우리는 오전 7시에 도착했지만 frost 딜레이로 8시에나 시작하게 되었다. 추워서 차라리 그게 나았지만 오후 티타임을 생각하면 빠듯한 페이스였다. 초반의 홀들은 예상대로 평평하고 똑바른 디자인이었다. 갑자기 산길을 올라가는 5번부터 8번이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였는데 하도 여기저기 골프장을 많이 가봤더니 우리나라에서도 어디선가 비슷한 홀이 연상되기는 했으나 아무튼 멋졌다. 7번은 넓은 페어웨이의 오른쪽을 겨냥하고 티샷하는 오르막 파 4인데 세컨샷 지점에서 갑자기 왼쪽으로 크게 휘면서 저 아래로 그린이 나타난다. 이어지는 8번도 왼쪽 도그렉인데 파를 하려면 왼편의 계곡을 넘어가는, 길고 똑바른 드라이버샷이 필요했다. 우리가 지불한 $20 그린피라면 근방에 더 훌륭한 코스도 많겠으나 기대했던 이상으로 재미있는 골프장이었다. 코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9번도 저멀리 민둥산과 대비되는 초록의 페어웨이가 멋졌다. 확실히 와우~ 할만한 경치는 아니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샌디에고 인근에서 저렴하게 골프를 치고 싶은데 그렇다고 아주 엉망인 곳도 싫다고 하면 (근방의 Castle Creek과 함께) Eagle Crest를 능가할 선택지는 없다.
코스는 전형적인 겨울의 컨디션이어서 군데군데 잔디가 죽어있는 곳들도 있었으나 플레이에 큰 지장이 없었고, 그린만큼은 빠르게 잘 굴렀다. 미국 골프장에 와보면 가뭄으로 잔디상태가 별로라도 그린만큼은 빠르고 고르게 잘 관리하는 모습을 본다. 브레이크를 본대로 잘 굴러가는 이런 그린의 스피드는 적어도 2.6 미터 (8.5 feet) 정도는 될 것이다. 빠른 그린에 당황하는 동반자가 이정도면 3미터 넘겠는데요? 해서 그정도는 아닐 거라고 해줬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크린 골프로 그린 빠르기를 체감하는 경우가 많고, 골프장마다 제대로 깎아놓지도 않은 그린에 오늘 그린스피드는 2.8미터 (보통)입니다 이딴 푯말을 붙여놓아서 사람들이 헷갈려하는데 본래 USGA 기준의 "빠른" 그린은 2.6미터 이상으로 규정되어 있다. 일종의 과대광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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