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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Castle Creek를 돌고는 근방의 Vineyard 골프장으로 간다. 여기도 David Rainville 설계의 퍼블릭인데 이름에서처럼 포도밭 사이로 페어웨이가 펼쳐지는, Wente Vineyards 스타일을 기대했는데 그보다는 생각보다 평범한, 그러나 잘 관리된 코스로 보였다. 아무튼 인당 $26이니까 이 가격이면 코스에 대해 불평하면 나쁜 놈이다. 파 70이라 비교적 짧은 코스지만 파 5가 두개였을 뿐, 파 4 홀들이 길어서 쉽지는 않았다. 내가 주로 망가지는 홀들이 파 5이긴 한데 화이트티에서도 세컨샷으로 우드를 꺼내들어야하는 파 4는 영 익숙해지지 않는다. 전반은 비교적 평탄한 파크랜드 스타일로 주택가를 따라가게 되어있었고, 후반은 드디어 계곡에 심어진 포도나무들 사이로 치니까 전후반이 완전히 달라지는 코스다.

우리 앞에 한국인 단체팀이 열댓명이나 되어 매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우리도 한때는 초보였겠으나 우리식의 매너를 배워보지 못한 이들의 라운드는 한심스러울 정도였는데 해가 지기전에 18홀을 마친 것만으로도 감사할 지경이었다. 한편으로는 내장객이 많은데도, 겨울임에도 코스의 관리상태가 나쁘지 않아서 좋다. 여기서의 시그너처 홀이라면 125야드에 지나지 않는 3번 홀인데 아담하면서도 호수에 비치는 그린과 숲의 모습이 근사하다. 도그렉이 많아 거리보다는 정확한 방향이 중요한 코스다. 후반에서는 물을 두번 건너게되는 14번 홀이 재미있다. 티샷이 짧았던 나는 레이업하고서 쓰리온을 했으나 투온을 노렸던 이들은 여지없이 그린앞 호수로 들어가버린 홀이었다. 그러고보니 언제부턴가 세컨샷에서 여간해서는 우드를 꺼내지 않으면서부터 내 스코어가 좋아진 것도 같다. 겨울에 푸른 잔디여서 다들 즐겁기만 했던 라운드다.

슬라이스가 나고 러프에서 푸더덕거리고 그래도 어프로치와 퍼팅으로 그럭저럭 괜찮은 스코어를 내는 날이 있다. 또는 공이 엉망으로 날아가도 나보다 더 고생하는 동반자를 보면서 즐거운 날도 있다. 그냥 경치가 좋아서, 푸른 잔디를 밟는 것에 행복한 날도 있었다. 반대로 스코어는 잘 나왔지만 동반자의 무언가가 눈에 거슬려서 빨리 집에 가고싶어지는 경우도 있다. 대개의 경우에는... 숨을 헐떡거리며 한 홀 한 홀을 끝내기에 바빠서 주변을 돌아볼 겨를도 없다가 문득 (왜 잘 맞았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생각해도 기가 막힌 샷을 하고서는 우쭐해서 공이 떨어지는 지점을 바라보면서 아~ 이래서 골프는 좋은 운동이야~ ㅋㅋ 그러고는 다음에는 (쫌만 더 연습하면) 더 낫겠지? 한다. 예전에 미국 골프협회의 서베이 결과를 본 적이 있었는데 골프장에서 가장 행복한 경우는 (스코어에 상관없이) 공이 잘 맞았을 때 (67%)였다고 하는데 나도 100% 동의한다 (최고의 스코어를 냈을 때는 15%, 좋은 동반자는 18%). 친구와 오랜만에 만났건 경치가 아무리 좋은 골프장이건간에 일단 골프를 치러 왔으면 골프를 잘 쳐야 재미도 나는 법이고, 스코어가 좋았든 나빴든간에 공을 잘 쳤는지 못 쳤는지는 나 자신은 안다. 그래서 Lee Trevino였나 누군가가 그랬다. 골프는 18홀 내내 단 한번의 베스트샷을 쳐보겠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참고로 이 서베이에서 아마추어 골퍼의 평균 드라이버 거리는 235 야드, 핸디캡은 15.1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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