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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ration에서의 오전 라운드를 마치고 점심을 먹고나서 두번째로 들른 곳이 Mystic Dunes 골프장인데 Celebration에서 거의 동네 하나 지나면 나온다. 이 동네는 실은 디즈니월드나 씨월드 입구에서 몇마일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동네 곳곳에 고급 리조트와 골프장들이 널려있는 셈인데 Mystic Dunes는 리조트라기보다는 웬만한 도시에 가까울 정도로 규모가 굉장한 곳이다. 입구를 통과해서 골프장을 향해 가다보니 어제 잔 Bohemian Hotel Celebration도 대단히 좋았지만 여기는 고급스럽다기보다는 한적하고 평온해보여 여기서 잘걸 그랬다 생각도 했다. 한국에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 많겠지만 미국 골프채널에서 경기 중계로 낯이 익은 Gary Koch가 설계자라고 한다. 골프장에 대해 사전에 공부한 바가 없으니 그냥 치러 나간 셈인데 몇 홀을 돌아보니 설계자의 취향을 대충은 짐작하겠는 나름 개성있는 코스였다. 바로 옆에 붙어있고, 같은 날 오전에 돌았던 Celebration 하고는 정말 많이 다른 느낌이다. 하긴 이름부터 "dunes"가 들어가 있으니 플로리다 늪지대의 느낌은 전혀 없는데 전반 9홀은 숲과 연못을 따라서 도는 미국식 골프코스이고, 후반은 제대로 링크스 코스를 추구하고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페어웨이 공략을 방해하는 거대한 모래밭은 그 자리에 워터해저드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다). 그리고 모든 홀들이 그린으로 다가갈수록 어려워지게 설계되었고, 엄청나게 커다란 그린의 언듈레이션은 우리나라 산속의 골프장에 못지 않아서 스코어는 처참해진다...ㅠㅠ

꽤나 큰 부지에다가 지어서인지 거의 대부분의 홀에서 다른 홀의 페어웨이나 티박스를 볼 수가 없다. 바로 근방에 디즈니월드가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인데 옆 페어웨이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공을 쳤던 기억도 사실 가물가물하다. 그래도 거의 매 홀마다 티박스에서 앞뒤 팀을 만나게 되었는데 나는 갤러리가 있어야 힘이 나는 타입인지 평소 같으면 그냥 공 하나 잃어버리지 생각할만한 긴 파 3 홀의, 호수를 넘겨서 치는 티샷을 (솔직히 나 자신도 놀랐을 정도로) 멋지게 그린으로 올려놓아 조인한 미국인 할아버지의 박수도 받았다.

Mystic Dunes의 문제는... 올란도 어트랙션에서 아주 가까운 위치에 좋은 골프장인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이다...?! 내가 GolfNow의 프로모션 요금을 찾아낸 것도 그렇지만 아마도 리조트의 투숙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2월말의 평일 오후임에도 코스에는 사람이 넘쳐난다. 게다가 가족여행 위주의 관광지여서인지 생전 골프채라고는 잡아본 적도 없는 이들을 너무 어려운 코스에 몰아넣었으니 도대체 라운드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앞에 앞의 팀이 그린 위에서 한없이 끝날 것 같아보이지 않는 퍼팅을 하는 모습을, 플로리다의 따가운 햇살을 그대로 받으며 바라보아야 한다. 좋은 골프장의 기준 가운데 하나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멋진 홀이 있는 것인데 떠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홀은 없었으니 최고의 코스라고는 할 수 없다. 물 대신에 그 자리를 모래밭이 차지한 덕에 공을 많이 잃어버리지는 않았으나 누런 모래밭을 한참이나 걸어서 거기서 공을 쳐야하는 상황은 편한 경험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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