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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골프장

Cantigny, Wheaton, IL

hm 2020. 3. 28. 20:48

시카고는 추운 동네라서 골프장들이 3월말에서 4월초에 문을 연다. 4월에서 5월은 대개 추위에 떨면서 공을 쳐야 하지만 이제 막 시즌을 시작한 덕택에 평소 같으면 비싼 골프장도 비교적 저렴하게 가볼 수 있다. 이쪽 동네에서 손꼽히는 퍼블릭인 Cantigny 골프클럽은 시카고 트리뷴의 발행인이었던 Robert R. McCormick (시카고의 거대한 학회장인 McCormick Place의 그 맥코믹 맞다) 소유의 농장에 만들어진 27홀 코스이고, 원래 설계는 Roger Packard가 했으나 2003년에 Rick Jacobson이 리노베이션을 했다고 한다. 퍼블릭이지만 캐디를 쓸 수 있으니까 확실히 좋은 코스인 모양인데 우리 입장에서는 굳이 말도 통하지 않을 캐디에게 돈을 들일 이유가 없다. 시카고에 하루 먼저 도착한 나는 오전에 Mt. Prospect 골프장에서 혼자 18홀을 돌았고, 공항으로 가서 이날 도착한 후배를 픽업해서는 점심을 먹고, 이리로 왔다.

원래 계획은 27홀을 모두 도는 것이었는데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탓인지 Woodside 코스는 닫혀있어서 우리는 Lakeside/Hillside 코스의 순서로 친다. 금요일 오후의 정가 그린피는 인당 97불에 따로 카트비 20불씩 추가인데 우리는 teeoff.com 핫딜타임에 쿠폰까지 먹여서 인당 45불씩 냈으니 코스의 수준을 감안하면 아주 저렴하다. 어떻게 여기는 몇일전까지도 영하의 날씨였는데 잔디가 저렇게나 자리를 잡았을까 궁금할 정도로 티박스에서 바라본 골프장의 경치가 근사했다. 이 코스는 거리도 짱짱하지만 화이트티 플레이어인 우리에게는 거리보다 방향이 훨씬 더 중요했다. Lakeside 2번이 좋은 예인데 양쪽의 호수 사이로 좁은 페어웨이가 S자 형태로 구불구불 지나가고, 두번의 샷이 잘 맞았더라도 핀이 잘 보이지도 않는 포대그린으로 어프로치한다. 막상 그린에 올라와보면 낙타등처럼 물결치는 그린이라 처음 방문하는 경우라면 캐디를 써야할 코스다. 클럽하우스에서 내려다보았던 9번도 비슷하게 호수 사이에 페어웨이가 있는데 티샷이 떨어질만한 위치에는 "Dick Tracy" 벙커라고 부르는 엄청난 샌드트랩이 있다. 거기까지 가지도 못한 나는 다행히 레이업 후에 쓰리온을 했지만 장타자라면 자신의 능력을 (그리고 운을) 시험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후반인 Hillside 코스로 접어드니 해가 기울면서 더 추워졌다. 시작인 1번부터 200미터 티샷으로는 그린이 보이지도 않을 우도그렉 파 4라서 무조건 레이업이었다 (거의 비슷하게 좌도그렉인 홀이 여기 9번이다). 언제부터인지 150미터가 남은 위치에서의 세컨샷으로 피칭웨지를 잡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는데 그린 주변이 만만하거나 세컨샷 위치가 평평한 페어웨이가 아니라면 내 선택이 언제나 옳았다. 보기플레이어에서 한단계 올라서려면 더 실력이 나아져야겠으나 맨날 고만고만한 동반자들과 운동하니까 이정도로 만족한다. 그리고 Hillside 코스에서의 하이라이트는 340야드밖에 안되지만 핸디캡 1번인 6번 홀이었다. 내리막 라이에서 아일랜드 그린으로 치는 어프로치샷은 내가 쳐놓고도 너무너무 아름다운 곡선으로 날아가서 이맛이 골프로구나 싶었다.

매섭게 추워진 저녁에 호텔로 가는 길은 피곤했지만 중간에 King Spa 찜질방이 있는 동네에서 저녁을 먹었다. 대충 위치가 어디인지, 가격은 얼마인지 파악할 목적이었는데 마지막날 밤비행기로 귀국할라니까 오헤어 공항의 라운지에는 샤워실이 없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말끔하게 씻고 비행기에서 자야 귀국해서 일을 할 것인데 샤워할 곳을 찾다보니까 한국인이 하는 찜질방이 있었다. 바로 옆의 H 마트에서 킹스파 할인쿠폰을 받아놓았으니 귀국길의 동선도 완벽하게 준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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