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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낙담하던 차에 그냥 호텔에서 가깝고, 저렴한 골프장을 찾아가보기로 했는데 구글지도가 (이름부터 촌티가 팍팍 나는) 이 골프장을 찾아주었다. 36홀 골프장이고, 시니어 할인을 광고하는 것으로 보아 동네 노인네들의 놀이터겠구나 했지만 일단 가보고 혹시라도 비가 많이 내리면 호텔로 돌아올 생각을 하고 갔다. 여기에는 두개의 18홀 코스가 있었는데 역시나 한쪽 코스에서는 동네사람들 단체팀이 있어서 나는 Traditional 코스를 45불에 돌게 되었다. 그런데 Prairie 코스는 Bob Lohmann 설계로 (1982년 개장) 나와있는데 이쪽 코스의 설계자는 누구인지 찾을 길이 없었다. 다만 Michael J. Bunkusky의 홈페이지에서 "1927년에 만들어진 Traditional 코스를 리노베이션했다" 이런 글을 찾았으니 아마도 (거의 백년전에) 이름없는 누군가가 만들었지 싶다. 그런데 1번 홀에서부터 내려다보이는 경치가 장난이 아니다. 야트막한 언덕을 따라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코스였고, 커다란 나무들과 갈대밭이 만만한 코스가 아니게 보였다. 페어웨이의 잔디는 패인 구석도 없이 빽빽했고, 그린은 브레이크를 읽기 어렵게 굴곡지고 매우 빨랐다. 어떻게 지금까지 이름 한번을 들어보지 못했을까, 여기야말로 진정한 숨은 진주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는데 실은 이렇게 알려지지 않은 가성비 짱짱한 코스를 찾아가는 맛에 내가 코스 콜렉터를 계속하는 모양이다.

몇개의 홀인가 지나자 비가 쏟아지면서 뇌우경보 싸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경보가 울리면 그때부터 플레이를 하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골퍼의 몫이다. 잠시 티박스에서 기다리자니 앞의 팀, 뒤의 팀 할것없이 다들 철수하는 분위기였는데 나는 눈뜨기도 힘들 정도의 폭우나 천둥번개가 치는 상황이 아니라면 계속 친다는 주의기 때문에 그냥 진행하기로 했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었지만 기온이 따뜻해서 많이 춥지는 않았는데 다행히 금새 빗발이 가늘어져서 무사히 18홀을 마칠 수 있었다 (게다가 골프 3락의 하나라는, 라운드를 끝내자마자 세차게 비가 쏟아졌다).

Traditional 코스는 내가 좋아하는 산악형 골프장이다. 초반의 홀들은 워밍업삼아 평평하고 똑바로 치지만 차츰 숲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주변에 경관을 방해하는 (한국 골프장에서는 보기힘든 풍광이라 좋아하는 이들도 있지만) 주택가가 없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이 골프장에 대해서 그동안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 신기할 정도로 아름다왔고, 관리상태도 좋았다. 특히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상당히 어려워지는데 16번에서 18번까지 산을 올라갔다가 내려가며 바라보는 경치는 아주 장관이었다. 우리는 블랙티 바로 다음인 Brass 티에서 쳤기 때문에 거리가 살짝 부담이었으며, 그린이 죄다 솥뚜껑같이 솟아있지만 프린지 주변이 러프라서 짧게 굴려서 올리는 것이 불가능했으니 비거리와 정확성이 모두 필요한 코스였다. 요즘에 아이언 쌩크로 고민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힘이 들어가서 고생이었으니 귀국하면 다시 연습장을 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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