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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스카이 72 (오션)

hm 2021. 8. 18. 06:16

한동안 가볼 일이 없었던 스카이 72를 최근 몇차례나 다시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대한민국 퍼블릭 골프장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 골프장은 인천공항과의 부지반납 분쟁으로 작년부터 시끄러웠는데 관리가 그래서 엉망이다, 직원들이 뒤숭숭해서 불친절해졌다 등등 소문이 돌지만 아무튼 막상 가보면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북적거리고 활기가 넘친다. 스카이 72의 4개 코스중에 개인적으로 최고의 경험은 클럽하우스도 따로 쓰고, 벤트그라스 페어웨이에다가, 공항가는 고속도로에서 보이니까 지나갈 때마다 공치고싶다 생각이 들었던 하늘코스였지만 골프코스의 측면에서는 다들 오션코스를 더 쳐주는 모양이던데 Tom Peck이 설계한 어려운 골프장이라 LPGA 대회나 SK 텔레콤 오픈같은 시합도 여기서 더 많이 열렸다. 주말의 그린피가 26만원 정도니까 퍼블릭 주제에 서울 근교의 회원제에 맞먹지만 코로나 시국에는 다들 비싸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스카이 72가 저렴하게 느껴질 지경이고, 예전에도 돈값은 하는 코스라서 늘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스카이72에 가면 분명 바다코스로 갔는데 왜 바다가 아니지? 오션코스는 또 뭐지? 그랬던 기억이 난다. 바다코스 클럽하우스는 오션, 클래식, 레이크 코스가 함께 쓴다. 왜 이렇게 헷갈리게 만들어놨는지 모르겠으나 자주 가지 않는 사람들은 레이크클래식에서 치고는 "스카이72 바다코스에 다녀왔어요" 그런다. 나도 그랬었다. 내가 처음 골프를 시작하고 뭐가 뭔지도 모르던 시절, 스카이72 오션코스를 가게 되었을 때에는 정말이지 이렇게나 어렵고 근사한 코스는 처음이었기에 내 기억 속에 그저 환상같은 곳으로 남아있었던 곳이다. 공을 쳐도 쳐도 저 멀리 지평선에 걸쳐 보이는 그린까지 가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초록 잔디로 된 사막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었다. 이후 몇차례의 방문으로 환상은 대충 깨졌으나 어렵다는 느낌은 여전했다.

퍼블릭 골프장의 부킹이 오히려 더 어려워진 시대라서 일찌감치 부킹을 서둘렀어도 오전 티타임은 7시 초반 하나만 남았던데 이 날은 친하고 부담없는 선후배들과 함께하는 자리라 그냥 즐겁게 치는 거지만 너무 어려운 코스로 잡았나 싶어 한 달에 한번 정도나 골프채를 잡는 이들에게는 좀 미안했다. 그래도 이 멋진 코스에서 예전에 늘 백돌이였던 기억이라 그사이 좀 나아진 실력으로 다시 방문하고픈 생각이 너무 강했다. 그리고 처음 와보는 후배가 경치와 코스에 감탄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뿌듯했다. 화이트티에서는 길다기보다는 벙커도 많고 여러모로 파를 방해하는 요소가 많은 골프장이다. 국내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를 지향했다고 하지만 좁아터져서 잘 쳐도 오비가 나는 그런 식은 아니고, 잭니클라우스 특유의 설계인, 티샷에서는 만만하게 보였다가 그린까지 가기가 만만하지 않은 그런 레이아웃이다. 딱히 시그너처 홀이라고 부를 홀이 없을 정도로 개개의 홀들이 개성적이다. 우리는 물론 화이트티에서 쳤는데 거기서 전장이 6,000 야드가 안되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긴 느낌이다. 뒷쪽 티라고 해서 길이만 더 길 뿐 페어웨이에 못 올라갈 설계는 아닌데 세컨샷부터 긴장해서 쳐야만 두세번만에 그린에 올라간다. 가령 장타를 쳐도 페어웨이 벙커나 러프로 들어가면 그 홀은 꼬여버리는 거다. 차라리 쪼루가 나거나 레이업 수준으로 페어웨이를 잘라서 가면 파의 기회가 있다. 내가 이런 코스에서 더 잘 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설계다. 아무튼 내 목표는 페어웨이를 지켜서 요리조리 장애물을 피해가며 그린에 공을 올리는 것이다. 잘 친 공이 떨어질 위치에 해저드나 절벽 따위를 숨겨놓는, 그래서 잘쳐놓고도 낭패를 보는 일은 별로 없다. 개성있는 홀들의 연속이지만 가장 어려운 마지막 16번에서 18번까지가 오션코스의 하이라이트였다. LPGA 대회를 시청할 때마다 극적인 승부가 갈렸던 마지막 홀은 특히 겸손하게 접근해야 파라도 가능할 홀이다.

내가 몇년전에 머리를 올려주었던 (목동에 사는) 후배 한 명은 종종 평일 저녁에도 조인해서 혼자 스카이 72를 온다고 했는데 (고속도로 톨비를 포함해서) 여간 돈이 많아야 가능할 일이겠다. 이날, 코스의 관리상태는 공을 치기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스카이 72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시원찮았다. 빠르고 잘 굴렀던 것으로 기억나는 커다랗고 언듈레이션이 심한 그린도 지금은 느려졌다. 나는 이날 버디없이 파만 열개나 잡았는데 나로서는 이 정도면 이 어려운 코스에서 베스트인 날이지만 느린 그린에서 후한 컨시드 덕이었다. 150 야드에서 멋진 아이언샷으로 그린 끄트머리에 공을 올리고는 때리듯이 퍼팅을 해서도 홀컵에 미치지 못해놓고는 오케이를 받아서 공을 집어들었다. 명랑골프니까 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가도 금방 잊혀지고 기분좋게 스코어카드를 받아든다. 오랜만에 왔더니 그린 주변의 벙커를 제외하면 그리 길지도, 어렵지도 않게 느껴져서 내 실력이 좋아진 건지 예전에는 어찌 그렇게도 어렵고 힘들게 느껴졌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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