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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곤지암

hm 2020. 3. 29. 09:18

LG 그룹의 고급 회원제 골프장인 곤지암 cc는 오래전부터 내 버킷리스트에 들어있던 곳이었는데 봄의 길목에 들어서서야 드디어 가보게 되었다. 나는 누런 잔디를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라 좀 날이 풀리고 갔으면 했지만 이런 프라이빗 코스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여기는 처음 1993년에 개장할 당시에는 다카노 미노루라는 사람이 (이 사람은 골드 cc 설계자였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Dakano Minoru를 구글링해도 골프와 관련된 검색결과는 곤지암 cc 말고는 없다) 설계했다는데 이후 송호 씨가 George Philpott와 함께 2009년에 리노베이션을 했다. 좋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어도 회원만 부킹이 가능한데다 LG 그룹의 관계사가 아니면 회원권을 많이 판 것도 아니기 때문에 주변에서도 여기 가봤다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아무튼 한동안 춥다가 날이 살짝 풀린 금요일 오후에 우리는 곤지암으로 갔다. 중부고속도로 곤지암 ic 를 나가서 오른쪽에는 중부 cc가, 왼쪽에는 곤지암 cc니까 입지는 정말 좋다. 나는 이번에 와보고서야 처음 알았는데 여기 곤지암 리조트에는 스키장도 있어서 겨울이면 사람들로 바글바글할 것 같다. 레이크와 마운틴 코스로 나뉜 18홀인데 코스의 이름만 들어서는 초행길이라도 그 형태가 눈에 선하다. 여기는 안양 cc처럼 걷는 골프장이니까 내가 선호하는 두가지를 (양잔디와 워킹) 모두 갖췄다. 명문 회원제에 초대받은 입장에서야 불만이 있으면 안되겠지만 암튼 첫 인상은 좋았다. 원래가 붐빌 일이 없는 회원제이고, 시기를 고려하면 거의 우리밖에 없을 하루를 기대했었는데 사람들 마음은 다 똑같은 건지 집에만 있기 아쉬워서인지 제법 팀이 많았다.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클럽하우스에서 점심을 먹고 나른한 상태로 우리는 레이크 코스부터 시작한다. 샌프란시스코 여행에서 돌아온 2일째라 가장 졸릴 시간이지만 미국에서는 샷이 전반적으로 좋았었기 때문에 기대에 찬 티샷. 어라 이거 오늘 무슨 일 내는 거 아니냐? 싶게 공이 잘 맞아줘서 첫 홀부터 버디로 시작했다. 어쩌면 요 몇주가 내 골프인생에서 도약기가 될라는지 샷도 맘에 들고, 지난 주에는 홀인원도 했고, 몸도 (비록 몇일전 카트사고를 당하긴 했으나) 아픈 곳이 없으니 오히려 약간 걱정도 될 지경이다.

 

역시나 스코어는 퍼팅이 좌우하기는 한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그린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유행이다 싶은데 곤지암의 경우도 매우 빠르고 쉽지가 않아서 여간해서는 투펏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늘 얘기하지만 나는 아직 투온 쓰리펏이 포온 원펏보다는 행복한 수준의 골퍼다. 이 날은 심지어는 오르막 150 미터를 보고 친 6번 아이언샷이 그린을 맞고 뒷쪽으로 넘어가버린 일도 있어서 동반자들은 아쉽다고 하지만 나는 속으로 더없이 뿌듯했다. 골프장이 좀 긴 편이긴 하지만 아주 어렵지는 않은 것 같고, 거의 평지에다 밀리지도 않으니 천천히 걸으면서 얘기도 나누고 하는 라운드. 때가 겨울의 초입임에도 조경을 예쁘게 해놓았다. 압도하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이렇게 차분한 정원의 모습은 안양이나 좀 오래된 명문 골프장에서 종종 봐왔던 스타일이다. 보다 최근에 지어진 골프장들은 대개 드라마틱한 레이아웃으로 어떡하면 골퍼를 골려줄까 고민하지만 곤지암처럼 마음이 편해지는 코스가 우리같은 아마추어에게는 더 선호될 것이다. 조선잔디로 심은 러프는 아직 누래서 푸르른 페어웨이와 확연히 구분되는 모습도 아름답다. 물론 잘 맞는 골프장이 좋은 골프장이라고, 공이 안 맞으면 오거스타 내셔널도 최악의 코스가 될 것임은 당연하다. 곤지암에서는 그럭저럭 잘 쳤으니까... 끝나고서는 이구동성으로 오랜만에 걸으니 참 좋더라 그런 얘기도 나눴다.

 

유일한 불만은 sk LTE 신호가 잘 잡히지 않았다는 것. 설마 LG 골프장이라서 그랬을까 싶지만 덕택에 Golfshot 지도의 로딩이 느려서 약간 애를 먹었다. 아, 불만이 하나 더 있다. 기껏 걷는 골프장을 만들어놓고는 일반 카트에 백을 싣고 카트길로만 다니기 때문에 플레이어나 캐디나 그린을 향해 걷는 것이 아니라 지그재그로 페어웨이를 가로질러야 한다. 그늘집의 메뉴도 보통 골프장의 수준이었다. 반면 운동을 마치고 들른 클럽하우스 식사는 웬만한 맛집은 저리가라일 정도로 근사했다. 우리는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가격이 비싸더라도 이정도 수준이면 정말 잘 대접받았구나 수긍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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