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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이라 어디를 가볼까 조식을 먹으면서 Golfnow 앱을 켰는데 요새는 앱으로 부킹하지 않고 대충 어디가 한가한가, 가격은 얼마쯤 하나 보려는 의도였다. 역시나 토요일이라서 오전에 거의 남아있는 티타임이 없었고, 그나마도 웬만해서는 백불이 넘어간다. 범위를 조금 넓혀서 찾아보니 오래전에 한번씩 가보았던 Roddy Ranch와 Deer Ridge 골프클럽이 (두 골프장 모두 코로나를 거치면서 폐업했다) 위치한 Brentwood 지역에 가격이 적당하면서 오전내내 티타임이 열려있는 곳을 찾아내었다. 베이 지역에서 북동쪽에 위치한 이쪽 동네는 보통 Sacramento delta라고 불리는 모양인데 강이 바다로 흘러가는 삼각주 지형이라서 그렇다. San Mateo 시에 숙소를 잡았으니 저기까지 가자면 차로 한시간 정도를 운전해야했지만 주말 오전에 69불은 대체 어떤 코스길래? 싶을 정도로 저렴하다. Ted Robinson 시니어가 설계하여 2000년에 개장했으니 나쁘지 않아보였는데 아무래도 직접 가서 확인해보고 싶었다.
도착해서 보니까 클럽하우스도 회원제 스타일로 그럴듯하게 만들어져 있으면서 "New management"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식당에는 스시바와 코리안푸드를 팔기 시작했다고 적혀있으니 그새 주인이 바뀐 모양이다. Golfnow 앱에서, 그리고 코스 홈페이지에도 주말 18홀에 69불이라고 적혀있던 그대로 지불했고, 프로샵에서는 맥주와 생수를 무료로 준다. 괜히 횡재한 기분으로 1번 홀로 갔는데 전반 9홀이 원래는 Creekside, 후반이 Hillside 코스라고 불렸던 모양으로 표지판에 적힌 번호가 아직은 제각각이다 (골프장 이름도 어디는 Golf Club at Brentwood, 어디는 Brentwood Golf Club 등으로 중구난방). 원래는 Diablo 코스 9홀까지 해서 27홀이었던 골프장이 먼저 만들어지고, 나중에 18홀로 축소하면서 주택단지가 조성된 모양으로, 홀들이 도로를 건너갔다가 다시 건너오는 식이라서 (이런 골프장이 많이 있지만 여기는 좀 심해서 열번 이상을 찻길로 지나가게 된다) 표지판을 잘 만들어놓아야하지 싶던데 나는 별로 헷갈리지 않았어도 다음 홀로 가는 길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을 것 같다. 혼자 시작해서 앞에 두어 팀을 만났지만 다들 나를 먼저 가도록 양보해줘서 2시간 40분 정도에 18홀을 돌았다 (3시간 미만으로 이렇게 빠른 진행은 정말 오랜만이다). 코스는 Ted Robinson의 전형적인 디자인으로, 양측의 언덕 사이로 페어웨이가 움푹 들어가있고 곳곳에 워터해저드가 위치하는 식이다. 잘 만들어진 코스지만 관리상태는 살짝 실망스러워서 라이그라스 페어웨이는 곳곳이 죽어있었고, 그린에는 모래를 잔뜩 뿌려놓았다. 아무래도 겨울철이고, 폭우가 내린 직후라서 카트가 페어웨이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쳤다. 새로운 매니지먼트라니까 (주인이 한국인이건 아니건) 시즌이 되면 좋아지지 않겠나 싶다.
전반보다는 후반인 Hillside 코스에서 Ted Robinson 스타일에 더 가까왔는데 13번과 14번이 대표적이다. 길지 않은 파 5인 13번은 그린 앞에 물이 있고, 그린이 물쪽으로 심한 경사라서 잘 떨어진 어프로치라도 공이 아래로 굴러떨어질 수 있다. 마치 토리파인스 남코스의 18번 홀에서 승부가 갈리는 모습을 tv에서 보던 (US 오픈이나 지난주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도 자주 나옴) 그런 느낌이다. 이어지는 14번도 어프로치샷이 물을 넘어가게 되는데 이렇게 두 홀에서 120야드 정도를 남겨두고 (한 클럽을 더 넉넉하게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물에 공을 빠뜨리고 말았다. 둘다 찰지게 맞았으나 그린 초입에 떨어져서는 굴러내려가는 공을 바라보면서 아이언샷 거리가 예전보다 줄었구나, 연습장을 좀 다녀야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으니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은 홀들이었다.
라운드 후에 주차장에서 클럽을 정리하면서 보니까 정말 어떻게 이런 촌구석까지 오는 걸까 싶게 여기저기 한국말이 들렸다. 정말 아무도 살지 않을 것만 같은 지역에 있는 (솔직히 여기 주택단지에 사는 사람들은 대체 뭐하는 이들일까 궁금) 골프장이라서 시간이 좀 걸렸지만 오가는 길이 정말 아름다와서 다른 이들에게도 한번은 꼭 가보라고 권하고싶은 곳이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면 Diablo 산을 둘러가는 Vasco 로드라는 도로로 20마일 정도를 가야하는데 양쪽으로 목장과 포도밭 등이 펼쳐지는 절경이라서 드라이브 코스로도 괜찮다. 매년 한두번씩은 샌프란시스코에 오니까 다음번에는 이쪽, 새크라멘토 델타지역으로 숙소를 잡아볼까 즐거운 생각으로 가득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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