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나는 충주쪽 골프장에 가면 거의 무조건 감곡 ic 인근에서 저녁을 먹는데 내가 좋아하는 식당들이 몇몇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레븐 cc나 올데이나 아니면 동촌 골프클럽이나 (충북 음성군에 있는) 감곡 ic에서는 좀 떨어져있다. 이제 감곡 ic 바로 근방에 18홀 퍼블릭 골프장이 문을 열었으니 이름도 감곡 컨트리클럽이다. 인터넷에서 기사를 찾아보면 이 골프장이 원래는 앤츠 cc라는 명칭으로 개발되며 석연치 않은 자금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현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지금은 그냥 감곡 cc다. 김병국 씨가 설계했다고 하며, 글렌/피치 코스로 이름이 붙었는데 복숭아가 유명한 지역이라 그렇게 했을 것이다. 막 개장한 골프장은 잔디상태가 덜 올라온 경우가 있어서 피하라고들 하지만 솔직히 상태가 좋다고 더 잘치고 즐겁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새롭게 개장한 코스임에도 몇주간 비가 내린 탓인지 멀리서 보는 페어웨이의 상태가 좋아보였다. 차에서 백을 내리는 시점에서부터 체크인을 응대하는 직원들, 식당에서도 다들 상냥하고 미소띈 얼굴이라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팀이 적어보여서 혹서기 탓이 아니라면 홍보가 부족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 입소문이 좀 나면 붐빌 가능성이 있다. 글렌 코스부터 시작하면서 보니까 잔디가 덜 자리잡은 부분이 눈에 보였는데 공을 옮겨놓고 칠 수준은 아니었고, 그린의 상태가 좋아서 빠르게 잘 굴렀다. 산비탈에 계단식으로 쌓은 코스라서 엄청난 경치나 난이도는 기대할 수 없이 평범하다. 끝나고 보니 기억에 남을 시그너처 홀도 딱히 없었고, 그저 평범해도 관리상태가 깔끔해서 평소의 스코어를 낸다. 기껏 산세를 내려다보는 홀들도 배경에는 공장이나 농가들이 펼쳐져 있었다. 특별히 아름다운 코스는 분명 아니라도 나는 기대했던 이상으로 재미있었어서 앞으로도 종종 방문할 것 같다. 적당히 어렵고, 보통으로 멋지다. 마누라가 이쁘면 처가집 어쩌고 속담처럼 라운드가 끝나고 샤워실의 이태리 타월도 부드럽게 느껴졌다.
주말 오전임에도 쉽게 부킹한 것은 아직 덜 알려진 탓과 충북 음성이라는 위치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코로나 골프붐의 끝물이어서 그럴까 생각도 든다.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야외활동도 어려웠던 2년여동안 새롭게 골프에 입문한 이들이 많아져서 그린피나 장비의 가격이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따로 돈쓸 일이 적어진 데다가 증시나 코인 등으로 돈이 흔해진 원인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입문한 이들이 막상 골프라는 운동의 어려움을 깨닫기도 하고, 이제 예전의 일상으로 회복하는 와중에 금리가 오르고 경기가 나빠진다. 코로나로 골프를 시작한 이들이 흥미를 잃어가서인지 그저 혹서기라서 그런지 몰라도 아무튼 요즘에는 슬슬 비용이 내려가면서 부킹도 쉬워지는 현상을 체감한다. 한편으로는 이 골프라는 운동이 막상 발을 들여놓으면 끊기 어렵다는 것도 분명하니까 소위 골린이로 불리던 이들의 상당수는 상황이 어떻게 바뀌건간에 계속 골프를 칠 것이다. 나같은 사람은 이러거나 저러거나 달라질 일이 없겠으나 시간과 돈이 넘쳐나서 오로지 골프밖에는 할 일이 없던 시절은 분명히 지나가고 있다. 그렇지만 몇년전처럼 골프가 사양산업 취급받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