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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캘리포니아 골프여행에서 가장 기대한 코스인데 몇년전에 한번 가보고는 제대로 돈값을 하는구나 흡족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백불 정도였는데 지금도 비슷한 가격이라서 당시에는 비싸도 좋은 골프장, 지금같으면 가성비 짱인 골프장이 되겠다. 몇년전 모 골프사이트 포럼에서 "Inland Empire 지역에서 골프를 좀 쳐보려고 합니다" 질문에 달린 댓글에서 그러면 Oak Quarry가 짱이죠, 그밖에 Oak Valley나 Goose Creek 정도도 괜찮아요, 뭐 그런 얘기를 보았기에 이쪽으로 올 기회가 생기면 근방으로 숙소를 잡았었고, 덕분에 리버사이드 카운티에서 수많은 골프장을 가보았다. 이곳의 정식 명칭은 Landmark at Oak Quarry 골프클럽이고 (Landmark는 미국 서부에서 여러 퍼블릭 골프장을 운영하는 회사임), 이름 그대로 채석장이었던 지역에 만든 퍼블릭이다. 설계자가 Dr. Gil Morgan과 Schmidt-Curley 디자인이라고 하는데 이 길모건 박사라는 사람은 7,80년대에 날리던 골프선수이긴 하나 설계에 참여한 코스는 여기 하나뿐이다. 경치도 독특하지만 아주 공정한 코스라고, 즉 잘치면 보상받고 못치면 벌을 받는 식이라고들 한다. 아무튼 금요일 오후의 $107 그린피는 명성에 비해 거의 거저다싶은 수준이라 기대에 차서 재방문한다.
과연 1번 홀부터 황량한 채석장 사이로 넓직한 페어웨이가 펼쳐져서 잠시 넋이 나가서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티박스에서 그린이 보이지 않아서 슬라이스가 난 내 공만 그린을 노릴 수 있었고, 멀리 똑바로 잘 갔던 동반자들의 공은 산에 가로막힌 상황. 어이없게 버디로 라운드를 시작하려니 기분은 좋았으나 약간 불안하기도. 역시나 두번째 파 5 홀은 공 두개를 잃어버리고 양파를 한다. 4번 홀에서 드디어 와우 경치에 감탄하게 되었는데 2단으로 갈라진 페어웨이는 실은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그린이 잘 보인다. 전반에서 가장 아름다왔던 홀은 4번과 9번이었고, 후반에서는 단연 14번이다. 이 골프장의 시그너처 홀이자 여기저기 잡지에도 실리곤 했던 14번은 채석장 바위틈으로 그린이 자리잡은 파 3인데 몇번이라도 다시 쳐보고싶어지는 광경이다. 어마어마한 경치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고, 사진을 많이 찍었다. 어려운 골프장임에도 공이 잘 맞아서 스코어마저 좋았으니 금상첨화인데 특히 이후의 파 5 홀들에서 모조리 쓰리온을 한 것은 나 스스로도 대견하다.
미국 골프장들은 프로샵이 체크인 카운터도 겸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여기도 꽤나 커다란 공간에 온갖 신제품 골프클럽과 옷들이 즐비하다. 기념으로 로고가 박힌 티셔츠라도 하나 살까 둘러보니 (역시나) 가격이 상당해서 그냥 구경만 하고 말았다. 생각해보니 국내나 외국이나 골프장마다 프로샵이 있지만 뭔가를 사본 기억은 거의 없다. 장갑이나 모자를 빠뜨리고 와서 어쩔 수 없이 사거나 로스트볼 한 뭉치를 구입한 정도인데 솔직히 누군가 골프장에서 신제품 아이언세트나 드라이버를 사는 모습을 본 적도 없지 싶다. 골프공 가격을 모르는 쌩초보가 아니라면, 그리고 머리올리는 포썸이 아니라면, 5만 얼마 가격표가 붙은 세인트나인 한 다즌을 기꺼이 구입하는 일은 드물 것이다. 그저 구색을 맞추려고 들인 점포가 아니라면 대체 임대료라도 뽑기는 하는 것일까 궁금하다. 모든 골프장이 페블비치가 될 수는 없으니 차라리 그 공간에다가 스타벅스라도 입점시키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말이 나온 김에 추가로 우리나라 골프장에도 한마디: 시레기 해장국을 만오천원씩 받으면서 "외부음식 반입금지" 이런 거 붙여놓지 맙시다. 안그래도 다들 골프장에서 먹고싶지 새벽부터 붐비는 배추국집 들렀다가 가고싶지 않아요. 만원만 받으세요. 그러면 다들 거기 클럽하우스에서 먹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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