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대명콘도와 소노펠리체에서 자본 경험은 몇차례 있었으나 거기 있는 골프장은 그저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지 하며 꿈만 꾸던 터였다. 비발디파크 cc는 회원제 18홀이고, 나중에 만들어진 소노펠리체 cc는 퍼블릭이라는데 두개를 묶어서 일박이일로 다녀오면 좋겠다 생각만 하고있다가 이번에 소노펠리체 cc에 먼저 기회가 닿았다. 비발디파크는 잭니클라우스 밑에서 일하던 Tom Peck 이 설계를 맡았다고 하며 (곤지암의 렉스필드라든지 스카이 72, 파인크리크 등등 국내에서 많은 활동을 했던 사람이다), 나름 어렵다고 소문이 자자한데 소노펠리체 cc의 경우는 아무리 찾아봐도 클럽하우스를 무슨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했느니 그런 얘기만 나오고 정작 골프장에 대한 내용은 찾기 힘들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클럽하우스에 돈을 쳐바르느라) 골프장의 설계에는 돈을 절약한 것이 아닐까 뭐 그런 느낌인데 그래도 용문산의 아름다운 경치야 어디 가겠나 싶어 은근 기대가 되었다 (캐디의 말로는 아일랜드 cc를 만든 사람이 설계했다는데 그렇다면 David Dale 인데 홈페이지 어디를 봐도 그런 내용은 없었고, 나중에 구글에서 찾아보니 오렌지이엔씨 홈페이지에서 이현강 씨라는 분이 소노펠리체 cc를 설계했다는 내용을 찾아내긴 했다).
경춘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뚫리긴 했어도 비발디파크는 그리로 해서 가거나 예전의 경강로를 따라가거나 비슷한 시간이 걸리는 위치다. 평일 오전에 잠실에서 정확히 한시간 반이 걸리는데 이정도 거리의 여주나 이천 골프장에 간다면 당연히 당일치기겠지만 강원도 홍천이라면 어째 하루 자고와야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스키장을 지나 산위로 한참을 올라가야 하는 비발디파크 cc와 달리 소노펠리체 cc는 리조트 초입에 있어 좀 한산한 분위기다. 아무튼 수없이 와본 비발디파크와 소노펠리체이지만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는 골프장의 클럽하우스에 들어가니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라 마음에 들었다. 골프 애호가의 입장에서는 약간 흐린 날씨라 좋긴 한데 요즘 나라가 가뭄이라 걱정이다.
보니까 야간 라운드를 위한 조명시설이 되어있던데 요즘같이 더운 시절에는 밤에 골프치고 여기 소노펠리체에서 자면 개운할 것도 같다. 콘도 회원에게는 2년간 그린피 면제라니까 그래서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으나 부디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한 관리가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저기 보이는 소노 빌리지는 예전에 소노펠리체 콘도에서 자던 당시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워낙 방의 기억이 좋았었기 때문에 저기도 언제 한번쯤은 자보고 싶다. 에코/힐링 이렇게 18홀인데 우리는 에코 코스부터 시작한다. 스키장으로 유명한 홍천의 산악지대임에도 힐링 코스는 의외로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모습으로 리조트의 고급스러움을 반영하는 코스이고, 에코 코스는 전형적인 산악 골프장이다. 소위 말하는 "Tale of Two Nines"의 전형이다. 그런데 양쪽 코스에서 모두 각각의 홀이 제각기 개성이 강하면서도 여간해서는 파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여기, 무지무지 어렵다. 그린에 올라가기까지도 힘들지만 막상 공을 올려도 엄청나게 큰 그린이 빠르기까지 하다. 웬만큼은 경사를 잘 본다고 자부하는 나로서도 브레이크를 도무지 읽을 수가 없었다 (몇몇 홀에서는 대체 그린을 왜 이렇게까지 크게 만들었을까, 유지비용 걱정까지 했다). 다들 처음 와본다는 동반자들도 멘붕인데 나는 어차피 오늘은 힐링이다 생각하고 또박또박 가니까 더블보기의 행진이어도 그냥 재미있었다. 에코 코스를 향할 때 무지개 터널을 지나는데 가만 보니까 나 여기 예전에 와본거 아님? 이런 데쟈부 그런 게 느껴졌다. 아무튼 코스 전반적으로 푸른 그린과 대비되는 해저드와 하늘이 정말 아름다왔다. 한창 전국이 가뭄으로 몸살을 앓는다는 뉴스를 들으며 왔지만 잘 관리된 양잔디 페어웨이의 초록을 보니 정말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다. 특히 최근에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기에 이런 게 힐링이구나 싶었다. 공이 안 맞거나 스코어가 나빠도 오늘은 용서가 될 것이다. 일요일 오전이었지만 밀리지 않는 진행에, 끝나고 나서 씻고 나와서도 어째 전혀 피곤하지 않은 그런 기분좋은 오후였다 (다만 서울로 들어오는 경춘고속도로의 정체는 정말 끔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