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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신원

hm 2020. 10. 13. 10:33

누군가의 버킷리스트 골프장이라고 해서 언제 한번은 함께 가봐야지 했던 곳인데 이름처럼 (옷 만들던) 신원그룹 소유였다고 하며, 회사가 망하고는 회원들이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다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장정원 씨가 설계해서 1992년에 문을 연 27홀 골프장이고, 코스의 이름이 에벤에셀/데이빗/솔로몬 이렇게 되어있어서 (에벤에셀은 그 회사의 의류 브랜드였던 기억이지만) 좀 갸우뚱. 그래봤자 대단한 기대는 안생기는 골프장이었고, 연휴의 마지막날이라 어디 멀리까지 가기는 부담스럽고 해서 잡은 수준이다. 그런데 막상 클럽하우스에서 내려다보는 코스는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왔다. 가을의 초입이니 어느 골프장을 간들 근사하지 않겠냐마는 보통의 수준은 뛰어넘을 조경이다. 잔디의 관리상태나 그린도 완벽. 우리는 데이비드 1번부터 시작했는데 앞에는 숲이, 우측에는 커다란 호수가 위협적이어서 멋지면서도 기가 죽는다. 그럭저럭 보기플레이를 해나가다가 다다른 데이비드 6번 홀은 티박스가 근방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서 주변의 산세가 장관이다. 긴 파 4 홀인데 산자락을 따라 좌측으로 휜 페어웨이가 그대로 눈에 들어와서 숲을 넘겨볼까 도전욕이 생기는 레이아웃이었고, 인생 뭐 있냐 심정으로 친 티샷이 코스를 따라 돌아가는 모습은 진정 짜릿했다. 나지막한 산들 사이에 뚜욱 넓고 편안해보여서 스윙도 잘되는 편. 투그린 시스템이라 일단 그린에만 올라가면 퍼팅에 애로점은 별로 없다. 요즘 드라이버만 연습해서 그런지 뒷땅 일색인 아이언샷만 빼면. 후반은 솔로몬 코스인데 여기서는 5번부터 이어지는 넓고 트인 풍경이 다 아름다왔다. 전반적으로 넓으면서 긴 코스여서 530 미터 파 5 홀을 우드 세번으로 파를 만들어낸 것도 뿌듯했다.

아무튼 연휴 마지막 날에 즐거운 라운드였다. 동반자의 오랜 꿈을 풀어준 날이기도 했다. 저녁을 먹으며 생각해보니 작년까지만 해도 내 버킷리스트에는 스무곳 정도의 국내 회원제 골프장들이 들어있었는데 의외로 쉽게 그 숫자가 열개 밑으로 줄어들었다. 도저히 길이 보이지 않았던 웰링턴이나 서원밸리도 가볼 수 있었던 것이다. 명불허전인 곳도 있었으나 웰링턴처럼 살짝 실망스러운 코스도 있었다. 이제 트리니티 정도만 가보면 우리나라에서 못가본 컨트리클럽은 없지 싶은데 내년을 기약하지만 아주 어렵지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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