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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의 화성상록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인데 서울에서 좀 멀지만 코스의 수준은 천안이 훨씬 좋다고들 한다. 나는 작년까지 몇번 가보고는 언젠가 다시 가볼 날만 기다렸는데 공무원들이 맨날 골프만 치는지 부킹이 어렵던 차에 (화성상록은 그나마 부킹이 좀 된다) 장마철이라 그런지 휴가철이 지나서인지 자리가 하나 나오길래 얼른 잡았다. 아무래도 서울에서 천안은 심리적으로 멀기 때문에 예전에는 지방에 내려가는 일정이 생기면 중간에서 한번 공을 치고 간다는 식이었고, 이날은 주말 새벽의 티타임이다. 여기는 임상하 씨가 설계한 27홀 코스로 넓고 평평하고 긴, 전형적인 우리나라 올드코스다. 최근까지도 (나는 짤순이라서) 이런 코스를 싫어했는데 티샷이 200미터도 못 가지만 페어웨이만 지키면 어떻게든 기회가 만들어짐을 깨달은 요즘에는 어찌어찌 파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우리가 이날 돈 코스는 중/남 코스의 순서.
중코스 1번에서부터 보니까 우측으로 살짝 돌아가는 페어웨이에 우측 오비지역 앞에는 벙커가 있다. 웬만하면 왼쪽으로 돌아가라는 친절한 디자인인데 그러면 어프로치 거리가 너무 많이 남으니까, 그리고 그린 한쪽으로도 벙커가 있어서 안전한 쓰리온이냐 과감한 질러가기냐 고민하게 한다. 이런 식의 코스가 재미있게 잘 만든 거라고 생각해왔는데 요즘 들어서는 스코어가 망가지더라도 한번 도전해보고픈 (도전이 아니라 객기일 수 있지만) 생각이 든다. 드로우가 잘만 걸리면, 그런 의도로 친 티샷은 어이없게 훅이 나면서 우측 숲을 넘겨버렸으니 동반자들의 감탄을 들으며 우쭐하기는 했으나 의도와 다르게, 어쩌다 얻어걸린 오잘공은 이후의 라운드를 불안하게 한다. 늘 희안하다고 느끼는 것이지만 투온으로 100야드 남으면 종종 퍼덕거리고, 쓰리온이나 포온 어프로치 100야드는 기가 막히게 맞는다. 중코스에서는 저 높이 능선과 하늘을 향해 티샷하는 4번이 제일 멋진 홀이었으며, 비슷한 경치는 후반인 남코스 6번에서도 볼 수 있었다. 그밖에는 대충 비슷한 디자인이었고, 투그린에 양측 그린의 측면에 벙커가 있는 모습까지 마치 틀로 찍어낸 것처럼 똑같았다. 경치만큼은 오래되고 넓은 골프장답게 좋았는데 특히 남코스 후반부는 우리나라 어디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굉장하다.
더위가 여전했지만 8월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최고기온이 좀 내려갔다. 이정도는 예년 가을 수준이다 싶어서 나름 살만한데 더위에 강한 조선잔디지만 여름내내 비가 오지 않았다가 뒤늦은 장마로 곳곳이 패이고 상한 골프장들이 많던데 여기는 페어웨이는 문제가 없었고 다만 그린이 좀 느렸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우리나라 골프역사상 가장 호황일 해다. 거리두기 등으로 내가 지치는데 골프장 사정이나 걱정할 형편은 아니지만 버는 돈만큼 관리에 힘을 쏟아줬으면 하는 심정이다. 한편, 푸른 하늘과 잔디의 조화는 이런 시기에 가장 두드러지게 마련이다. 가을에 붉게 물들어가는 산과 황금빛 잔디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더라마는 내 기준에 골프코스는 역시 초록이어야 한다. 이런 시기에 천안상록은 시원스럽게 드라이버를 휘둘러볼 수 있고, 아름다운 경치가 함께하기 때문에 초보나 상급자나 모두 즐거울 골프장이라고 본다. 다만 주로 오시는 회원들의 특성상 살짝 밀리고 어수선한 분위기는 감안해야 한다. 지대가 낮아 오전에는 안개가 잘 끼는 것도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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