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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히든밸리를 다시 왔다. 코로나 이후 미국에서의 골프붐을 반영하는지 평일임에도 적당한 티타임이 열려있는 곳을 찾기가 힘들었고, 가격도 많이 오른 탓이다. 나는 웬만하면 새로운 골프장을 간다는 주의였는데 몇년전에 혼자서 라운드했던 Hidden Valley, 그리고 22년에 근방에서 적당한 곳을 찾다찾다 다시 왔었던 골프장이다. LA 동쪽의 Riverside 카운티라는 지역은 의외로 넓어서 코로나, 리버사이드 쪽을 Inland Empire라고도 부르고, 더 동쪽으로 Palm Springs 까지를 포함한다. Inland Empire에만도 수많은 골프장들이 있어서 골퍼들에게는 천국같았던 동네인데 가격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원하는 시간대에 부킹하기도 어려워졌다. Hidden Valley는 Casey O'Callaghan이 디자인한 18홀 코스인데 이 사람은 우리나라에서도 "안면도 골프리조트"를 설계했다고 포트폴리오에 나오지만 거기가 대체 어디인지 나는 모르겠다. 참고로, 몇년전 혼자 와서는 하루에 54홀을 돌았던 시기에 여기 이후에 갔었던 Champions Club at the Retreat는 문을 닫은 모양이어서 몇년만 더 버텨보시지ㅠㅠ, 그런 생각을 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프로샵에서 일단 계산을 마치면서 보니까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들려왔다. 일단 로칼 할아버지들만 오시는 수준은 넘었다는 것이고, 한편 많이 알려진 골프장도 아니니까 40불 그린피 정도면 딱인데 우리는 74불씩을 냈다. 여기는 드넓은 바위산 협곡 사이로 펼쳐지는 골프장이라 경치가 근사한 대신에 전형적인 타겟골프다. 계곡 사이로 페어웨이가 지나가니까 (한국에서 흔히 경험하는) 좌측은 오비에 우측 법면은 해저드 처리입니다 그런 식인데 덧붙여 페어웨이도 울퉁불퉁하고, 계곡을 따라 한쪽으로 흐른다. 6번 홀처럼 90도 도그렉에 비교적 짧은 파 4도 있어서 장타자라면 바로 그린을 노려볼 수도 있겠지만 그린 주변에는 (티박스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깊은 러프와 연못이 있어서 낭패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안전하게 하이브리드 티샷을 했는데 꺾어지는 도그렉 부위의 안전지대는 기껏해야 10 야드 폭으로 좁아서 웬만해서는 타수를 잃을 수밖에 없겠다. 여기서 나는 버디를, 원온에 성공한 동반자는 파를 했지만 나보고 다시 해보라면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다.

이어지는 7번도 연못을 넘어가는 아름다운 파 3 홀이었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13번 티박스에서는 주변의 시원스런 경치가 장관이다. 경치는 그렇지만 눈을 돌려 내가 가야하는 그린을 바라보면 저기까지 어찌 가나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런데 이렇게 18홀이 모두 제각각 개성있는, 게다가 다 다른 방식으로 어려운, 골프장도 처음이지 싶다. 길어서 힘든 것은 물론 아니므로 적절한 위치로 공을 정확하게 보내는 능력만 있다면 버디도 어려운 것만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이날 나는 더블보기도 몇개 했지만 그에 맞먹게 버디도 많이 잡았다. 보통 몇일간 계속 라운드하면 지치고 때로는 재미가 없어지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갈수록 공이 괜찮게 맞아줘서 피곤을 잊었다. 네시간이 채 안되어 18홀을 돌고나니 좀 더 즐기면서 천천히 진행할걸 그런 생각도 든 골프장이다. 유일한 문제는 그린이었는데 에어레이션 구멍이 송송 뚫려있을 뿐만 아니라 젖어있어서 많이 느렸다. 이 단점은 마침 우리가 온 시기가 그랬을 뿐, 원래는 빠르게 잘 관리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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