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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 종종 갈 기회가 있었지만 골프는 별로 쳐보지 못했다. 그러나 알고보면 경주는 보문단지를 중심으로 네군데 골프장에 (블루원 디아너스, 경주신라, 경주 cc, 보문 cc) 108홀이니 골프의 천국인데 나는 아직 블루원 말고는 가본 곳이 없다. 골프장들의 가격은 별로 착하지 않은데 내 짧은 경험으로는 경상도쪽 골프장들이 다 비싸고 불친절하고 그랬다 (그런 측면에서는 전라도가 골프치기에는 가장 좋은 지방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출장을 빙자해서 경주까지 내려간 김에 토요일 오전의 라운드를 잡았는데 싼 가격을 찾다보니까 보문단지에서 좀 떨어진 서라벌 골프클럽까지 오게 되었다. 여기는 권동영 씨가 설계를 시작해서 후에 임상신 씨가 완성했다는 36홀인데 회원제라는 레이크/힐 코스와 대중제 마운틴/밸리 코스는 그린피가 만원 정도 차이날 뿐 아니라 회원제는 편안, 대중제는 매우 어려운 코스라고들 한다. 다만 인터넷에서 리뷰를 좀 찾아보려고 했더니 온통 커피 싸갔다가 빼앗긴 얘기, 캐디랑 싸운 얘기 등등만 검색되어 살짝 걱정. 그러나 3부제로 돌리는 회원제에 비해 퍼블릭이 더 상태가 좋다는 얘기도 있었다.
역시나 반바지에 음료수 싸간 것에 대해 약간의 실갱이가 있었는데 클럽의 룰이라니 이해는 하지만 여기가 웃기는 것이 그린피는 또 선불이다. 지들은 수준있는 골프장이라고 주장하고 싶으면서도 끝나고 돈내지 않고 갈까 걱정하다니, 내장객의 수준을 무시하는 처사다 싶어 시작부터 기분이 별로. 남부지방으로 많은 비가 내린 것이 바로 몇일전이었는데 골프장은 그저 평온하고 아름답기만 했다. 밸리 코스로 시작한 우리는 그럭저럭 앞으로 나아간다. 티박스에서는 시각적으로 부담스러운데 막상 가보면 그린을 노리기에 어려움이 없어서 컨디션만 좋은 날이면 스코어가 좋을 코스였다. 주말에도 앞의 팀이 쭉쭉 빠져줘서 (오랜만에 긴 바지를 입었지만) 힘들지는 않은 라운드였다. 후반인 마운틴 코스는 약간 넓어보여서 나았으나 더워지는 날씨에 맥빠지는 라운드였다. 우리 팀에는 (시작한지 이틀째라는) 견습 캐디가 함께 탑승했는데 사수가 신입에게 시종일관 야단치는 얘기를 18홀 내내 들어야했다. 코스 자체에는 아무런 불만이 없다. 다만 이해가 안되는 운영이라, 솔직히 시작부터 기분잡치는 골프장이라서, 굳이 다시 올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