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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자유

hm 2020. 4. 21. 15:30

여주 가남면 골프장들의 터줏대감 격인 자유 cc는 20년쯤 전에 김명길 씨의 설계로 만들어져서 지금은 신세계가 주인이라고 한다. 평평하고 쉬운 골프장의 대명사 같은 곳인데 쉽다고 스코어가 더 좋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밋밋하고 재미없는 코스가 아닐까 생각하며 내키지 않게 방문하게 되었다. 요즘 하도 공이 안 맞는다고 우는 소리를 좀 했더니 누가 나 힐링하시라고 여기로 잡았다는데 과연 그럴라는지.. 꽃샘추위에다가 피곤한 상태였지만 아무튼 화창한 금요일 오후에 방문한 자유 cc는 막상 와보니 처음이 아닌듯한 인상인데 어쩌면 쌩초보 시절에 누군가에게 이끌려 와보았는지도 모르겠다. 부킹이 어려운 곳도 아닌데 선뜻 와볼 생각이 그동안 들지 않았던 이유는 그리 특색도 없고 평범한 골프장이라는 얘기를 들은 탓인데 어려운 코스에서 멘붕을 겪으며 욕을 해대면서도 모처럼 나가는 건데 쉽다는 곳으로는 발길이 쉽게 돌려지지 않는 것이 주말 골퍼의 공통된 생각이 아닐까 싶다. 이날의 동반자 중에는 학창시절 프로 지망생이었다는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들어온 모모씨가 있었는데 드디어 프로의 솜씨를 감상하겠구나 싶었다. 요약하자면 프로는 역시나 잘 치는구나 싶었고, 나도 모처럼만에 70대 타수를 쳤다. 뿐만 아니라 올해 처음으로 "아우디" 파까지... 아무리 쉬운 골프장이라도 뒷땅을 치거나 엉뚱한 곳으로 공을 날려보내면 좋은 점수는 기대하기 어려운데 이 날은 그럭저럭 공이 맞아주었고, 곧잘 치고도 타수를 잃어버릴 벙커나 해저드가 적어서였기도 하다. 자유 cc에서는 잘 치고도 몇미터 빗나가는 바람에 벙커나 해저드, 나쁜 라이에서 고생하는 일이 없다. 잘 치면 좋은 곳으로 가고 못 치면 망가지는, 나름 솔직한 골프장이다. 웬만하면 한두 홀 정도는 꼬아놓고픈 생각이 들 것도 같은데 이 설계자는 나름 강직한 성품인가 (심지어는 파 5 홀들도) 그저 똑바로만 만들었다.

그러나, 똑바르고 넓직하기는 하나 미국의 muni 코스와는 다르다. 페어웨이는 적당하게 울퉁불퉁하고, 많지는 않아도 벙커와 해저드가 그린으로의 접근을 방해하고 있다. 경치도 잘 관리된 티가 나게 예쁘다. 덕분에 여기는 아까 그 홀 아닌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비슷한 모양이 없다. 그저 주말 골퍼가 너무 고생하지 않을 정도로 난이도를 조절해놓은 느낌이다. 한국 골프장에서는 보기 힘든 카트걸이 음료와 과자를 싣고 코스를 돌아다니고, 파 3 홀마다 티박스 근방에 스위치가 있어서 그린에 공이 올라가면 분수에서 물이 솟구치게 하는 등등 즐거운 라운드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골프장이다. 이렇듯 골프장의 평가에서 코스 자체는 그저 일부분일 뿐이다. 코스가 아름답기로는 지지난주의 사우스스프링스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그렇지만 가시돋힌 아름다움이 아니라 매우 편안하다. 날씨와 코스, 동반자와 캐디, 거기에 끝나고 먹은 클럽하우스의 김치찌개까지 다 만족스러웠던 하루여서 감기기운도 다 날아가버린 모양이다. 특히 얼굴은 물론 맘씨까지 이쁜 캐디와 클럽하우스 직원의 서비스 정신도 근래 최고였다. 물론 다양한 코스를 접하고픈 마음이 강하고, 아직도 서울 근교에도 못가본 골프장이 많아서 자유 cc를 조만간에 다시 방문할 거 같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라도 좋은 곳이라고 얘기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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