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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여기까지 가볼 생각은 없었으나 모 미팅을 거제도 대명리조트에서 한다며 드비치 라운드를 제안하길래 얼씨구나 갈께요~ 했다가 이렇게 되었다. 막상 가게 되니까 드비치는 안된답니다 딴데 가야겠네요, 이런 쿨한 얘기를 하는데 아무튼 간다고 해놓았으니 간다. 진해라는 동네는 김해공항에서 내려서 거제도로 가는 길목에 있는 골프장이니까 이동거리는 정말 짧다.
무학소주가 주인인 27홀 회원제 코스인데 설계자는 "캔트랙스와 현대골프장설계연구소" 이렇게 나와있다. 물론 구글이든 어디서든 이런 회사들의 실체를 찾지 못했으므로 (내가 무식한 것인지 우리나라 골프장에는 이런 경우가 참 흔하다) "골프 애호가인 회장님께서 직접" 설계하신 것만 아니면 다행이겠다. 듣자니까 무지 넓직한 페어웨이에 평탄해서 스코어가 잘 나오는 곳이라고들 했다. 은근 베스트 스코어를 기대하며 토요일 오전에 골프장에 당도하니 서울보다 5도 정도는 더 포근한 날씨지만 바닷바람 때문에 춥긴 춥다.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는 마치 경기권의 30년쯤 된 골프장의 수준.
백로(白鷺), 무학(舞鶴), 백구(白鷗) 코스로 명명된 27홀 중에서 우리는 이날 백로/무학 코스의 순서로 18홀을 돌았다. 경남 지역에서는 야간 라운드가 활성화된 골프장이라 잔디의 상태는 밤새 누군가가 밟고 파놓은 티가 역력하다. 몇번 와봤다는 동반자는 원래 용원 cc는 따지면 안되는, 그냥 퍼블릭이려니 하고 치는 곳이라고 했다. 골프장 레이아웃을 감히 평가하자면, 보이는 그대로인 코스라고 할 수 있다. 숨겨진 트릭이나 소위 잘 쳐놓고도 낭패인 그런 일은 없다. 그린에서도 (조금 많이 느린 편이었지만) 본대로 공이 굴러가주니까 정말 베스트 스코어가 나오는 거 아닐까 은근 기대도 했다.
그런데, 드비치의 땜빵이라고 무시했던 이곳에서도 바다가!!! 보인다. 물론 저멀리 저기쯤에 바다가 있다라는 정도지만 적어도 김포 cc 정도의 뷰는 된다. 11월에 왔다는 것이 후회될 정도로 이거 재미있고 멋진데? 그런 홀들도 가다보면 나온다. 전반의 백로와 후반의 무학은 마치 완전히 다른 골프장인 것처럼 스타일이 딴판이었지만 (무학 코스에는 블라인드 홀도 있고 조금 더 어렵다) 전반적으로 평이하다. 공이 잘 맞아서 좋은 기억으로 남는 코스도 있지만 이렇게 그저 편안하고 예쁜 곳도 좋다. 생각대로 쳐지지 않는 운동이 골프니까 물론 처음 생각대로 플레이되지는 않았는데 저 넓은 페어웨이에 내 공은 왜 없는지 참 알 수가 없다. 그래도 문득 고개를 들어서 보면 숲과 조경이 참 예쁘게도 만들었다. 누가 내게 최고의 골프코스가 어디였나고 물으면 주저없이 가평베네스트를 꼽았었는데 실은 거기 못가본 지도 꽤 되었고, 이후 수많은 골프장들을 다녀보았으니 더 멋진 곳도 많았을 것이다. 용원 gc도 좋은 골프장인데 그렇다고 굳이 또 찾아올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