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송리

강원도 오크밸리 리조트는 주인이 바뀌기 전에도 정규홀 54홀에 오크크릭 퍼블릭 9홀까지 있었던 대단지였다. 현대산업개발이 인수한 이후 작년에 성문안 cc 18홀이 개장하였고, 이번 5월에는 월송리 cc라는 이름으로 18홀이 추가되었다. 월송리 cc가 뭐냐 하면, 예전의 오크크릭이 18홀로 확장하면서 이름을 바꾼 것인데 노캐디에 라커를 사용하거나 샤워를 하려면 추가금을 내야하는 식의 퍼블릭 마인드로 만들었다고 (원래의 오크크릭도 그랬다) 한다. 덕분에 가격은 저렴한 편이었으나 이렇게 9홀을 확장하여 만드는 코스가 변변하겠냐 의구심도 없지 않았고, 개장전에 다녀온 이들의 얘기로 잔디를 깐지 얼마 되지 않아 상태가 별로라고도 했다. 이제 정식으로 오픈하기도 했고, 몇주간 비가 많이 내렸으므로 좀 나아지지 않았을까, 무엇보다도 대충 만들지는 않았으리라 설계자에 대한 믿음으로 가보겠다고 했다. 리뉴얼(인지 완전히 새로 만든 것인지) 설계자의 이름을 공개하지는 않았어도 홈페이지에 "성문안 cc 설계자"라고 적혀있었으니 노준택 씨의 회사일 것이다.

노캐디 퍼블릭이라고는 해도 도착하여 백을 내려서 카트에 싣는 등의 작업에 직원이 붙어서 도와주는 것은 이런 식에 익숙할 리가 없을 우리나라 골프장이라면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라커와 샤워에는 돈이 따로 들어가더라도 화장실에 환복을 위한 피팅룸이 마련되어 있었고, 노캐디 5인승 카트에는 옷가방 정도는 올려둘 장소도 있으니 끝나고 찜찜하면 옷을 갈아입을 수 있게 해놓았다. 카트는 리모콘으로만 길을 따라 움직이며, 운전이 불가능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핸들이 돌아가지 않으며, 악셀 페달을 밟으면 브레이크가 잡힌다). 기왕이면 2인 카트에 페어웨이 진입도 가능하게 했으면 대단한 인기를 얻었을텐데 생각하며 시작하는 10번 홀로 갔더니 (우리가 먼저 도는 후반이 새로 추가된 9홀이라고 함) 잔디가 듬성듬성했어도 매트 따위는 없는 제대로인 티박스였다. 원래의 오크크릭은 투그린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원그린으로 바뀌었다.

다만 느려터진 카트는 사람이 걷는 속도와 거의 비슷할 지경이어서 복장이 터진다. 나는 글렌로스 정도나 가보았지 우리나라에서는 파 3 골프장이나 9홀 퍼블릭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좀 충격이다 싶을 정도로 진행이 느렸는데 카트 때문만은 아니고 전원이 머리올리는 수준인 앞의 팀 때문이었다. 캐디마저 없는 상황에서 매번 두번씩 치는 샷에 곱하기 4명을 하게 되니 뒤에서 따라가는 우리는 진이 빠질 지경이었다. 우리가 전반에 쳤던 IN 코스는 아직 잔디를 깐 흔적이 남아있어서 신생 코스의 느낌이었고, 후반에 친 (원래의 오크크릭) OUT 코스의 상태는 좋은 편이었다. 좁고 짧으면서 계곡을 넘어가는 디자인의 홀들이 많아서 나는 재미있었지만 드라이버 때리는 맛에 골프치는 이들은 이게 뭐냐 그럴 수도 있겠다. 대표적인 홀이 티박스에서는 대체 어디가 페어웨이냐 가늠이 안되었던 16번인데 질러치면 그린까지 200 미터 정도지만 안전하게 돌아가려고 해도 아이언샷 150 미터를 두번 반복해야 온그린이 가능하다. 캐디가 있었더라면 이 홀에서 남자는 드라이버 금지입니다 했을 홀들이 많아서 앞의 팀이 그린을 벗어나기까지 기다려서 티샷을 하곤 했으니 (분명히 여기 데려오면 이게 무슨 골프장이냐 화낼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시간이 더 걸렸다. 나도 아주 즐거운 경험은 아니었으나 밋밋하지 않게 재미있는 홀들이 많아서 한번쯤은 와볼만한 골프장이고, 무엇보다도 가성비로는 최고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