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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 간 김에 한군데를 더 방문하기로 했는데 경도 cc를 가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차선책으로 결정한 곳이다. 어차피 전날 디오션리조트에서 잤기 때문에 거기서 바로 골프치고 그러는 편이 나았다. 여기는 여수 엑스포를 빙자하여 대단위로 조성한 리조트인데 결국 골프장만 하나 덩그러니 남았더라 뭐 그런 평을 듣는 곳인데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온갖 악평이 난무하지만 홈페이지에서 자랑스럽게 "Douglas Graham이 바다를 품다라는 기본 컨셉으로 조성한" 그런 글을 보고는 여기 뭔가가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토요일 오전 일찍 디오션 컨트리클럽을 돌기로 한다. 그런데 이 설계자를 구글링해보면 나오는 게 하나도 없다...ㅠㅠ Douglas Carrick도 아니고 Graham Marsh도 아닌 Douglas Graham이라는 골프장 아키텍트는 찾을 수가 없었다. 뭐, 거짓말은 아니겠지 싶지만 (심지어 이 이름은 ASGCA 홈페이지의 회원명부에도 없다) 만약 실존하는 인물이라면 뭔 생각으로 이런 무명의 설계자를 데려왔을까 (어쩌면 생애 유일한 작품?) 그 사연이 궁금하기도 하다.
디오션리조트에서 잤지만 거기서 골프장까지는 꽤 멀어서 걸어서는 절대로 갈 수 없는 거리다. 아무튼 아침을 먹고 코스로 나가자 "바다를 품다"라는 컨셉은 맞는 것도 같았다. 다도해의 해안선을 따라 코스가 조성되어 바다가 어디서든 보인다. 바다를 향해 티샷을 하는 홀은 없었어도 그 기분은 나중에 경도 cc나 다른 곳에서 느껴보리라 했다. 선선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잔디를 밟으니 이래서 골프를 치나보다 싶었다. 인터넷의 악평과는 다르게 페어웨이의 잔디도 잘 자라주었고, 그린도 모래를 뿌려놓아서 아주 빠르지는 않지만 잘 구른다. 바로 몇일전에 태풍이 휩쓸고간 흔적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어제의 승주 cc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인데 바닷가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리조트 골프장이라 그랬는지 심각하지 않고 느슨한 분위기지만 무척 어렵다. 초반에 공을 여러개 잃어버렸지만 중반 이후에는 공도 그럭저럭 맞아주어서 모처럼만에 골프가 쉬웠던 날이었다. 코스 설계자의 능력인지 몰라도 홀들이 다 특색있고 재밌다. 다른 팀들도 보아하니 그쪽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모양이고 대개 놀러왔다가 하루 골프치는 사람들인데 다들 즐거워보인다. 보통 리조트에 딸린 골프장은 유명 설계자를 데려다가 거창하고 어려운 코스를 만들던데 그러면 매체의 관심을 얻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어쩌다 한번 가족과 놀러온 김에 골프를 쳐보려는 이들에게는 반갑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