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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에서 조금 아래에 있는 이 골프장은 뭐라 뭐라 설명을 듣기는 했는데 아무튼 원래 지역관광공사였나 어디선가 지은 대중제 27홀 골프장이고, 처음 이름은 사천 cc에 설계자는 송호 씨라고 한다. 코스의 이름이 다솔/비토/비룡 코스던데 (영어로는 Pine/Rabbit/Dragon이다) 비룡은 대충 알겠으나 다른 이름의 기원은 잘 모르겠다. 인근의 회원제인 타니 cc나 진주 cc에 비해 오히려 더 부킹이 어렵다고 하는데 아마 싼 가격 덕택일 것이다. 멀리까지 내려가는 수고를 해야하지만 송호 코스라면 언제나 오케이라서 팀을 하나 만들어서 간다. 토요일 오전의 티타임이라 전날 내려가야하는데 잠만 자고오기에는 아까우니까 중간에서 천안상록 cc를 돌고 내려온 다음 날이다. 힘들어도 맑은 날씨에 좋은 이들과 함께하는 골프는 항상 즐거워서 내 인생의 목표는 언제부턴가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골프치자가 되었다.
우리가 도는 코스는 비룡/다솔 코스의 순서인데 퍼블릭이어서 그런지 새벽부터 스타트 광장이 시장같다. 멀리까지 왔지만 내려다보이는 코스는 전형적인 우리나라 산악지형보다는 분지같아보였다. 시작하는 비룡 1번이 화이트티에서 430미터인 파 5 홀이라 시작부터 어이없게 투온을 하고보니 이후의 라운드가 만만하게 보였다. 몇개의 홀을 더 돌아보니까 그린힐이나 자유 cc처럼 편안하다. 최근에 만들었으니 페어웨이에 약간의 굴곡이 있고, 저멀리 아름다운 산세가 배경으로 펼쳐질 뿐 티샷은 여간해서 밖으로 나가지 않으며, 넓은 그린으로의 어프로치도 어렵지 않았다. 어려워보이는 코스를 더 재밌다고들 하겠지만 파를 많이 잡는 라운드는 늘 즐거운데 ( 몇몇 홀들의 티박스에 매트를 깐 것을 빼면) 잔디의 상태나 날씨도 흠잡을 수 없게 좋았다. 몇몇 홀에서의 경치는 우리나라 산악지형 골프장으로 말하자면 최고 수준이었다.
오늘의 동반자들은 꽤니 오래전부터 종종 라운드를 함께 해왔고, 가끔 해외에도 골프여행을 다녀온 지인들이다. 늘 명랑골프라 내기는 거의 하지 않았으며, 한때는 나같은 몸치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처럼 잘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티샷이 나가버리면 당연하듯이 뒤에 줄서서는 멀리건 티샷을 하고, 2-3미터 이상 퍼팅이 남아도 오케이라면 공을 집어서 던져준다. 골프가 레저인가 스포츠인가 사람마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내게는 매우 진지한 스포츠인데 이런 식은 좀 곤란해보여서 다음부터는 뽑기라도 해야하나 싶었다. 그렇다고 나는 골프가 동반자와 경쟁하는 스포츠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각자 자기의 골프를 치는 것이고, 내 경쟁상대는 매 홀마다 파를 잡는 것이다. 싱글이랑 치건 쌩초보랑 치건 각자 자기의 골프를 하다가 그린에서 만나게끔 된 운동이다. 너무 진지한 이와의 라운드도 피곤하지만 그저 성의없이 골프를 대하는 동반자도 내가 보기에는 안타깝고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