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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네이버 욕을 해도, 광고로 도배한 검색결과에 실망을 반복하면서도, 그래도 국내에서는 뭣 좀 찾아보려면 네이버의 방대한 정보량을 당해낼 수가 없다. 비발디파크 cc가 어떤 곳인가 궁금해서 검색하면 먼저 아이디가 낯이 익은 소위 파워블로거들의 블로그가 노출되는데 보면 별 내용도 없으면서 그저 좋은 골프장에서 잘 쳤다는 스토리 일색이라 괜히 "돈은 내고 치셨겠지요?" 뭐 그런 댓글이라도 남겨주고 싶은 심술이 생기지만 암튼 달리 그 골프장에 대한 평을 접할 길이 없으니 결국은 읽어보게 된다. 내 개인적으로는 저런 블로그하는 사람들의 말투, 예를 들면 "..라고나 할까요?^^", "했다지요", "말입니다ㅋ" 등등 이상하게 거북스러운데 아무튼 여기도 그런 블로그만 봐서는 오거스타 내셔널 찜쪄먹을 수준이라 귀가 얇은 우리는 반신반의하며 방문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블로그에서 보면 "어렵지만 도전적인 비발디파크, 예쁘고 편안한 소노펠리체" 뭐 이런 내용을 읽었었기 때문에 몇주전 소노펠리체에서 겪었던 멘붕을 생각하면 도대체 여기는 얼마나 더 어렵다는 걸까 좀 겁도 났었는데 아무튼 Tom Peck이 설계한 회원제 18홀 (비발디/파크)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요즘 부킹도 쉬워지던데 평일 그린피 8만원 프로모션이 떴길래 팀 하나를 급조해서 떠났다. 경춘 고속도로를 타면 남춘천 ic로 나오는데 거기서도 한참을 가야하는 위치다. 그래도 비발디파크 인근에는 수많은 식당들이 있으므로 라운드 전후에 식사하기에는 좋다.
비발디파크 입구를 지나서도 한참을 올라가서 스키장보다도 더 윗쪽에 위치한 골프장이므로 어려울 것은 분명했다. 살짝 비가 내린 후라 무덥지만 구름이 짙은 하늘과 코스는 정말 환상적으로 아름다운데 샷이 부담스러운 레이아웃은 아니고 길어서 힘든 모양이다. 우리는 파크부터 시작해서 비발디 코스의 순서로 돌았는데 아름답고 시원스런 경치에 잘 관리된 양잔디 페어웨이가 비발디파크의 수준을 말해준다. 그럭저럭 공도 잘 맞아주고 있어서 즐겁다. 가만 보면 지난 주의 360도 cc나 소노펠리체가 특별히 더 어려울 것은 아니었지 싶은데 시각적으로 좁고 꼬아져있다 생각이 들면 무의식적으로 뭔가 조작이 더 들어가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드로우를 쳐야지, 저쪽은 피해야지 등등 그러다보면 어드레스에서부터 스윙에 이르기까지 어떤 추가적인 생각이 계속 개입하게 된다. 요새는 아이언샷이 다 훅이 심해져서 결국 올 초부터 써오던 그라파이트 테일러메이드 아이언을 넣어두고 다시 예전의 스틸샤프트 아이언을 꺼내서 가져갔는데 느낌은 좀 달랐지만 훅이 사라지고 거리도 더 나와서 놀랐다. 특히 아이언 거리가 20야드까지 늘어난 것이 채를 바꾼 덕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2010년에 미국에서 구입했던 캘러웨이 아이언으로도 같은 거리가 (그것도 더 똑바르게) 나온다. 아마 겨우내 받은 레슨 덕택에 볼 컨택이 좋아진 덕이지 싶은데 아직 몇번은 더 쳐봐야겠다.
세간에 유명한 비발디 코스 3번홀은 파 4인데 그린 한가운데에 벙커를 만들어놓아서 핀의 위치에 따라 아예 퍼팅이 불가능해지는 곳인데 막상 가보니 여기도 예전에 와본 것이 아닌가 싶다. 파크 코스에서도 페어웨이 한가운데에 커다란 바위가 놓여있는데 왕초보 시절에 어디에선가 바위 뒤에서 그걸 넘겨보겠다고 용을 썼던 기억이 나는 것을 보니 분명 와보긴 했을 것이다. 암튼 설계자의 경력에서 유추하듯이 잭니클라우스 골프코스의 느낌이 계속 나던데 오랜 실력 덕택인지 코스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을 수 없었다. 비발디와 파크 코스가 완전히 다른 느낌인데 산악 코스이건 리조트 코스이건 밸런스가 맞는다. 소노펠리체처럼 삐까번쩍 모던함은 여기 없지만 확실히 고급은 고급스러울 이유가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