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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나인브릿지는 몇번 가볼 기회가 있었으나 여주의 또다른 명문인 해슬리 나인브릿지는 처음으로 (어쩌면 마지막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David Dale이 만들어서 골프플랜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일면에 자랑스럽게 걸어놓은 골프장인데 골프다이제스트 월드코스 랭킹에 몇년간 꾸준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물론 제주도의 풍광을 따라가기는 힘들겠으나 내륙에서는 최고라고들 하길래 누가 불러준다고 해서 손꼽아 기다리던 날인데 마침 시기도 코스가 가장 아름다울 5월 하순이다. 자칭, 해슬리에서는 9경을 손꼽는다고들 했다. 이른 아침에 클럽하우스에서 바라보는 일출, 18번 페어웨이에서 바라본 그린이 2경, 그늘집에서 내려다보는 14번 홀의 그린이 3경, 17번 홀의 그린에서 10번 홀 그린을 바라보는 것이 4경, 16번 홀의 페어웨이를 따라 늘어선 암벽이 5경, 클럽하우스 자꾸지에서 내다보는 9번 홀이 6경이란다.

여기까지는 그럴싸한데 이후의 7, 8, 9번은 그냥 우스개로 들린다. 야간에 조명이 켜진 클럽하우스가 7경, 맑은 가을밤에 감상하는 벌룬플라워 작품이 8경, 그리고 내장객과 클럽을 이어주는 마음속 다리가 9경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면 사람들은 참 말을 잘도 지어낸다. 게다가 저기 보이는 바위며 호수며 모두 원래 있던 것이 아니라 만들어서 갖다놓은 것이라고 한다. 아무튼 전체 18홀은 전반 해슬리, 후반 PGA 코스로 나뉘어져 있다. 티박스에서부터 그린까지는 모두 푹신푹신한 벤트그라스라 퍼터로 쳐도 한없이 굴러갈 것만 같다. 넓직하고 여유도 있어서 이날은 공을 하나로만 쳐도 잃어버리는 일은 없지 싶은 디자인이다. 스코어는 물론 다른 이야기라서 블라인드 홀이 많고, 그린 주변에는 개울 아니면 벙커로 단단히 방어벽이 쳐져있었다.

아마도 국내에서는 가장 배타적인 골프장에 꼽힐 것 같은데 여기나 안양 cc나 방문할 기회가 가끔 생긴다는 것에 감사할 일이다. 소위 100대 골프장에 들어가는 국내 코스들 중에서는 안양이나 우정힐스보다는 윗급이라고 생각되며, 제주도 나인브릿지에는 못 미친다. 이런 비싼 회원제를 자기 돈으로 회원권 구입하고 그럴 부자는 몇 없겠으나 설사 내가 그런 돈이 있어도 굳이 회원에 가입할 의사는 없는데 이렇게 가끔이라도 누가 불러줘서 와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날이었다. 오늘은 내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골프"는 아니었지 싶고, 몇년에 한번이라도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기만 바랄 뿐이다. 골프장에 와본 것으로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지는 하루였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약간은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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