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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그룹 계열인 골프장으로는 리베라, 그린힐 등이 있는데 그 모체가 되는 회원제가 안성의 신안 컨트리클럽이다. 위치가 좋고, 내 주변에도 회원들이 많아서 자주 가봤을 것도 같지만 의외로 초록의 잔디를 밟아본 기억이 별로 없으니 회원권이 부킹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시대라 그렇다. 신안 cc는 임상하 씨의 설계로 1995년에 개장한 27홀 골프장이며, 오렌지 코스가 지금도 9홀 두바퀴인 퍼블릭이라 회원을 통해 잡으면 토마토/애플 코스로 돈다 (예전에는 마운틴/레이크 식으로 불렀다고 한다). 회원권이 할인쿠폰 정도의 역할밖에 못하는 곳이라 그런가 퍼블릭인 오렌지 코스도 나름 인기가 좋다고 하며, 추가로 파 3 연습장도 딸려있다고 한다. 오래된 수도권 골프장들이 다 그렇지만 여기도 평평하고 넓직하며 투그린을 쓰는 식이고, 특색없이 지루하다는 이들과 편안해서 좋다는 평이 공존한다. 경기도 안성의 이쪽 동네에는 길을 사이에 두고 마에스트로, 파인크리크, 루나힐스 안성, 신안 cc 등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루나힐스 안성을 빼면) 제각각 특색있고 좋은 골프장들이라 언제라도 기회가 닿으면 사양말고 가야할 것이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신안 계열의 코스들은 편안한 레이아웃에 차분한 조경이 특징이라서 다분히 한국적인 (나쁘게 말하자면 나이들어보이는) 스타일이다. 샷을 매정하게 심판하기보다는 즐거운 레저로서의 골프를 추구하는 식인데 용인이나 안성 부근의 오래된 골프장들은 대개 이런 식이다. 그래도 길어서 힘든 홀도, 도전이 필요한 도그렉도 적당히 만들어두었기 때문에 심심할 틈은 없는데 아무튼 허허 웃으면서 18홀을 마치고는 서로 오늘 뵈니 상당히 잘치십니다, 아니 뭘요 오히려 그쪽이 장난 아니시던데요? 그러기에 딱인 골프장이다. 노련한 캐디들과 언제나 평균이상인 관리상태도 이런 식의 접대골프에 맞춰진 모양이다. 한편, 캐디피를 15만원까지 훌쩍 올려버린 선두주자가 신안 계열이며, 그린에서의 진행속도를 재촉할 목적으로 소위 오케이존이라는 동그라미를 처음 그려놓은 골프장도 여기다. 이날 초대해주신 회원의 말로는 홀컵의 크기를 키워서 버디를 많이 나오게하는 식도 신안이 시초라고 하던데 정말이라면 골프가 장난이냐고 물어보고 싶다.
아무튼 여러번 와보았던 신안 cc에, 처음으로 푸르른 시절에 방문하였다. 우리는 토마토/애플의 순서로 돌았는데 화이트티에서도 살짝 길게 세팅되었고, 그린 주변에는 장애물이 별로 없어서 정교한 샷보다는 힘껏 휘둘러보라는 식이다. 골퍼를 시험한다거나 골탕먹일 목적의 핸디캡이 전혀 없는 디자인이고, 그린 근처에는 별로 없으면서 페어웨이에서는 종종 보이는 벙커는 공이 나가지 않도록 잡아주려는 의도로 보였다. 티샷이 편안하고, 어디서나 그린이 보이는데 포대그린이 많아서 핀까지의 캐리를 확실히 보내야했다. 나는 드라마틱한 경치를 좋아하지만 여기처럼 허허 웃으면서 치는 골프장에서 기분좋게 보내는 한나절도 나쁘지 않았다.
회원제답게 조경이 예쁜 편인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홀은 딱히 없었으나 파 6인 토마토 2번은 오르막이긴 해도 화이트티에서 540미터 정도니까 웬만하면 쓰리온으로 버디를 만들라는 서비스 홀로 보였다. 나는 이날도 포온이었지만 써드샷이 140미터 정도로 남았으니까 충분히 가능하긴 했는데 롱홀에서 파를 잡아서 기분이 좋았다기보다는 이 골프장은 목적이 정말로 확실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주인이 같은, 그러나 다른 회사에서 만든 골프장을 인수한, 에버리스나 웰리힐리처럼 골프에 진심인 이들을 위한 어려운 코스들도 있으나 다른 회사에서 만든 골프장을 나중에 인수한 것이니 신안 cc의 모토는 처음부터 끝까지 접대골프라고 할 것이다. 몇몇 홀들은 티박스를 공사한다고 파헤쳐놓아서 레이디티에서 티샷해야 했다. 물론 내 기준에서는 명문 소리는 듣기 힘들 이 골프장에서 나도 몇년전에는 백돌이 스코어를 냈었으니 골프가 원래 그런 것이다.